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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권하윤
DAC Artists Info

프랑스 현대미술 스튜디오 르 프레누아(Le Fresnoy), 석사 졸업, 프랑스

시각 예술 국가학위 석사 졸업, 보자르 낭트, 프랑스

조형 예술 국가학위 학사 졸업, 보자르 낭트, 프랑스

 

2017 새 여인, 팔래드 도쿄, 파리, 프랑스

2016 489년, 렉투르 포토그래피 아트 센터, 렉투르, 프랑스

2015 북한 프로젝트,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아트선재센터, 서울, 한국


권하윤은 새로운 미디어 기술의 가능성을 연구하며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3D 등 다양한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실제와 가상이 뒤섞이며 재구성되는 그의 작업은 시간과 기억, 정체성과 경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가상현실(VR)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가상의 공간으로 직접 들어가는 새롭고 낯선 시공간 경험을 통해 현실의 복잡성 속에서 객관적 진술과 허구적 해석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한다.

 

 


 

심사평

올해 두산연강예술상 미술부문은 두산아트센터 개관 10년을 맞아 부분적으로 개편되었다. 3명의 심사위원이 각각 3명씩 후보를 추천하고 총 9명의 작가들 중에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방식은 이전과 동일하지만, 수상자 수가 3명에서 1명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두산연강예술상 미술부문의 부상인 두산레지던시 뉴욕 입주 기간 동안 받을 수 있는 지원이 확대되었다.
심사위원들은 후보작가들을 한 명씩 검토하면서, 작가들의 창의적인 작업세계와 성장가능성을 지원해 온 두산연강예술상의 취지와 방향성에 따라, 국내에서보다 해외에서 더욱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권하윤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하였다.

권하윤의 작품은 <Model Village>(2014), <489 years>(2016), <Lack of Evidence>(2011), 그리고 가장 최신작인 <The Bird Lady>(2017) 등 작품 수는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반면 몇 편 안 되는 작품들이지만, 작품들 모두 각각 ‘영토와 경계’라는 주제 속에서 사소하지만 독특한 에피소드를 찾아 적절하고 정교한 구현방식을 통해서 시각화했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권하윤이 다루는 지정학적 이슈, 이주문제, 정체성 등 사회적 현실은 동화와 다큐멘터리 사이의 의도적으로 모호한 스토리텔링과 3D 애니메이션, VR등의 첨단기기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서 암시적이고 우회적으로 전달되는데, 이것은 관객에게 재현과 실재, 현실과 가상의 첨예한 관심을 촉구하며 그것을 인식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권하윤의 작품들에서 작품/전시와 관객과의 관계를 새롭게 규정하는 측면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전시장에서 VR 헤드셋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는 참 고민스러운 문제다. VR과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이것이 예술과 맺는 관계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권하윤 작업을 만나기 전까지는 VR 시스템은 놀이공원이나 체험관과 같이 일차원적 관객참여를 유도할 때나 요긴한 그런 도구였다. 그의 작업에서 이 VR의 역할은 작품/전시에서 관객의 위상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마치 60년대 비디오 카메라의 등장이 작품/전시와 관객의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규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았듯이, 권하윤의 VR 또한 작품/전시 안에서 관객의 새로운 위상과 역할을 제안하고 있다. 미술에서 관객은 수동적 감상자, 연출된 무대의 관객, 거리의 보행자에서 작품의 운명에 관계하는 능동적 관객으로 변화해왔으며, 이 연장선에서 권하윤 작업의 관객은 자유롭게 작품의 변형과 완성 혹은 미완성에 관여하게 된다.

권하윤을 수상자로 결정하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가 VR로 거둔 성취 때문은 아니다. 도리어 그가 VR 사용 이전에 추구해온 시공간과 인식의 경계라는 주제에서의 독창적 조형성과 섬세한 내러티브 감각 때문이며, 이러한 작가의 탐구가 결국 VR 매체로 나아갈 수 있었던 개연성에 대해 수긍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실재하나 허상에 불과한 유령으로서의 DMZ마을을 모형과 사운드로 배치한 <Model Village>, 사적 기억과 공적 역사의 충돌을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 영상의 조합으로 구현한 <Lack of Evidence> 등은 <489 years>의 경과적 실험을 거치며,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능성의 세계로서의 VR의 도래를 촉발하고 있었다. 요컨대, 한편으로는 VR 매체를 배제하고도 독자적 영상 작업을 구축하리라는 신뢰, 다른 한편, 그렇기에 이 작가가 향후 VR로 펼쳐갈지 모를 미지의 공간 및 시점의 내러티브 탐색에 대한 기대가 수상자 선정의 이유다.
선정과정에서 뉴미디어 활용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새로운 감각과 특수한 경험을 어느 작가가 마다하겠는가 만은 예민한 작가라면 한 번쯤은 그것을 작품의 전면에 내세울 때 작품의 의미가 너무 쉽게 환원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특히 전자가 뉴미디어에 의한 신기함을 수반하고, 후자가 전쟁이나 분단처럼 피상적인 선입견을 쉽게 불러들이는 것이라면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권하윤의 작품들은 그 고민을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대담함을 보여주었다. 분단의 경험을 VR로 풀어낸 것, 그러나 역사적 자료를 수집하거나 서사를 재구성하기보다 생경한 감각들에 집중하면서 오히려 작품이 단조로운 의미로 환원되는 것을 막아주었다.

그동안 주로 프랑스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권하윤 작가의 작품이 그 어느 나라보다 뉴미디어의 수용 속도가 빠르고, 또 그만큼 이데올로기의 양상도 극단적인 한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을 계기로 작가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한다.

_심사위원 김성원 방혜진 안소현
 

제 8회 두산연강예술상 자세히 보기(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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