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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 - 백지숙

2014.04.21

기획자로서 글 쓰기
기획자는 다양한 방면에서 노련해야 하지만 그 중 좋은 글을 생산한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을 만큼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다. 특히 전시를 소개하는 서문을 쓰는 것은 비평과 달리 전시에 대한 기획자의 관점을 공식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매끄럽게 잘 쓰여진 글은 그 스스로 힘을 지니게 되어 전시를 더욱 입체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드는 동시에 전시를 관람하게 될 대중에게 관람 전 작품의 내용을 상상하게 하거나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하여
자생력을 가지는 글을 쓰기 위해서는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글을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면 처음부터 긴 글을 쓰는 것보다 짧은 글을 여러 번 써 보아, 몸과 손이 글을 쓰는 호흡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평소 의식적으로 메모를 습관화 하는 것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더불어 독서를 할 때도 책의 내용과 이에 따른 사고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도록 틈틈이 생각을 기록하는 습관도 좋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된다.
쓰기와 함께 중요한 것은 많이 읽는 것이다. 미술이론과 철학 등 관련 전공 분야의 책은 물론, 산문과 시 그리고 소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읽기가 필요하다. 전시서문의 경우, 작품에 대한 시각적인 글쓰기가 요구되는데, 때로는 작품을 묘사하는데 S.F.소설의 작문방식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말하는 연습 또한 필요하다. 말하기는 이해력과 표현력을 함께 요하는 행위이다. 말하기와 글쓰기는 전혀 다른 매체이지만 상호작용을 하므로, 대화를 통하여 의견을 피력해보고 그 내용을 글로 옮기는 연습은 작문에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글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게 되면 여러 번 개서(Re-writing)의 단계를 거쳐 탈고가 된다. 개서는 좋은 글을 생산하기 위하여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노력들과 함께 필수로 요구되는 과정이다. 개서된 글을 소리를 내서 읽어보는 것 또한 잘못된 문장구조나 오용된 단어들을 발견하는데 유용하다. 
 
사실을 서술하고 수사를 거쳐 비평까지 이르게 될 때, 문장과 문장 사이에는 심연이 발생한다. 심연을 어떻게 메우고 풀어 놓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면, 불필요한 연결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문장간의 긴 호흡을 이끌어낼 수 있고 풍부하고 깊은 의미를 글에 부여할 수 있게 된다. 더불어 잘 쓰여진 글에는 무늬가 나타난다. 글의 무늬는 수사(Rhetoric)의 기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조각되는 것이다. 이런 무늬의 결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치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그런 계산을 통해 모어인 한국어의 쓰임에 맞추어 적절히 풀어 넣으면, 글쓴이 고유의 문체 그리고 아름다움이 글에서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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