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VI - 안소연
큐레이터 안소연은 로댕갤러리/플라토미술관에서 오랜 기간 전시기획을 총괄 진행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기관에서 그 동안 기획하고 진행한 주요 전시의 컨셉트와 전시 기획 방법론에 관해 설명했다.
로댕갤러리에서 플라토미술관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처음 개최한 그룹전 <스페이스 스터디>(2011.5.5-7.10)는 물리적인 ‘공간’이 추억이 담긴 ‘장소’가 되게 하기 위해서 공간 자체를 주제로 하여 작가들에게 작품을 커미션해 선보인 전시였다. <스펙트럼 스펙트럼>(2014.7.24-10.12)은 아트스펙트럼 출신 작가들이 추천한 작가들로 구성한 그룹전이었으며, <불가능한 풍경>(2012.11.8-2013.2.3)은 전통적인 모티브인 ‘풍경화’를 주제로, 새로운 현대미술의 접근방식을 통해 재해석된 ‘풍경’을 보여주었다.
전시 기획자의 역할은 그룹전과 개인전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개인전 큐레이팅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해외작가의 개인전 중에서 기억에 남는 전시로는 <리우 웨이: 파노라마>(2016.4.28-8.14), <엘름그린 & 드라그셋: 천 개의 플라토 공항>(2015.7.23-10.18),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 더블>(2012.6.21-9.28)가 대표적이다.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경우, 천 개의 고원을 연상시키는 플라토라는 이름, 철과 유리로 지어진 전시공간 등을 직접 보고 다녀 간 작가가 제안한 방식으로 미술관 안에 임시 공항을 만든 프로젝트였다. 미술관 공간과 의미적, 물리적으로 가장 유기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진 전시였다. 한국작가로는 <배영환: 엘리제를 위하여>(2012.3.1-5.20), <김홍석: 좋은 노동 나쁜 미술>(2013.3.7-5.26), <임민욱: 만일의 약속>(2015.12.3-2016.2.14) 등이 플라토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내년에 개최하게 될 공동기획전시에서 세 참여자는 점차 간과되고 있는 매체의 문제를 짚어보고자 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조각에 집중한다. 장르의 경계나 경향을 구분하는 틀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현 상황 속에서 조각의 개념은 어떻게 변화, 혹은 확장되어 가고 있는지 살핀다. 가벼운 재료의 사용, 재현에 대한 거부, 3D프린터와 같은 신 기술의 도입, 파운드 오브제의 활용 등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특성의 파편을 모아 흥미로운 전시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전반적인 상황에 관해 조언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작가 리서치, 작가 선정 과정, 전시 진행, 디스플레이, 인터뷰 등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미술 전시가 만들어지는 과정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별히 ‘조각 전시’라는 장르 전시가 가질 고리타분함, 혹은 위험성에 관해 경고하였으며, 매체적 특성이 더 이상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것을 살핀다는 점을 강조해서 주제의 시의성을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작가와 기획자의 친밀한 관계 속에서 제작 과정을 직접 체험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주제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해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