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V - 신형철
지난 6월 29일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참가자들은 문학평론가 신형철을 초청해 다섯 번째 세미나를 진행했다. 강의는 신형철 평론가가 (글은) ‘어떻게 쓰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발표한 짧은 글을 함께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글쓰기를 집짓기에 비유해, 필요한 곳에 정확한 재료로 내실있는 집(글)을 짓는다는 필자의 준칙이 설명된 글이었다. 신형철은 어떤 글이 있을만하고 또 필요한 것인지 결정할 수 있는 기준은 글쓴이의 ‘인식’ 그것의 존재 유무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글쓴이가 글감에 대한 독자적인 질문을 가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인식을 발현하는 것과 같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어서 그가 분류한 인식의 세 가지 주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그것은 (드물게만 찾아지는) 삶의 의미, (타인의 내면과 진실에 대한 폭력적 판단을 지양하는) 비폭력적인 삶,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서의)공감과 위로였다. 그 중에서 공감과 위로에 대해 좀 더 깊이 알아보았다.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개념을 가진 동정(sympathy)과 공감(empathy)의 어원과 개념을 먼저 짚어보는데, sym?pathy는 ‘그 감정과 함께 있음’이어서 ‘같아져 있음’(상태)이고, em?pathy는 ‘그 감정 속으로 들어감’이어서 ‘함께 하려함’(실천)이라고 했다. 1
레이먼드 카버(Raymond Carver)의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A small, good thing)>과 <대성당(Cathedral)>을 예로 타인에 대한 동정(상태)와 공감(실천)은 기실 얻어지기도, 유지하기도 힘들다는 성찰이 나왔다. 우리는 감정을 본능적으로 느끼도록 프로그램화 되어 있지 않고 경험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한 감정이입 역시 반사적으로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신형철은 그렇기 때문에 ‘감정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감정공부란 하이데거가 말한 세계속에서 타인과 함께 존재하는 내가 사회구조에 따라 필연적으로 느끼는 ‘정상성(처해 있음)’과 푸코의 개념인 시대가 그 시간을 사는 구성원들에게 미치는 ‘통치성’을 함께 사유하는 것이라고 했다.
문학은 우리가 모르는 세상을 알려주는 통로이므로 감정에 대한 공부를 시켜준다. 예로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의 시는 슬픔을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이 읽어야 한다. <내 삶은 닫히기 전에 두 번 닫혔다 (My life closed twice before its close)>와 <크나큰 고통을 겪고 나면, 형식적인 감정이 온다 (After great pain, a formal feeling comes)>과, 김시습 <나는 누구인가>, 윤동주 <사랑스런 추억>, 윌리엄 세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소네트 73번(Sonnet 73)>,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가지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을 차례로 읽었다. 우리는 전문 후에 이어지는 작자들에 대한 짧은 작가론과 시의 독해를 살펴보며 그들의 인식에 대한 이해를 더했다.
1. 신형철, <감정의 윤리학을 위한 서설 1>, 문학동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