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IV - 신형철
<‘해석으로서의 비평’에 대한 단상 - 미술의 경우를 생각하며>
1. 본질과 태도
비평은 해석이다. 해석은 작가의 의도에 도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해설과 다르다. 이미 완성되어 있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을 끌어내어 전달하는 것으로 일종의 ‘창조’이다. 그런 의미에서 해석은 작품을 다시 쓰는 일이며, ‘생산된 인식의 깊이’-논리적 완결성이 해석의 더 좋고 덜 좋음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될 수 있다.
2. 단계와 이상
텍스트(미술일 경우는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주석’ ‘해석’ ‘배치’라는 세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는 일이다. 주석은 텍스트가 다루고 있는 ‘사실’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고, 확인된 사실에 근거하여 그 의미를 추론하는 것이 ‘해석’이며, 이 추론된 의미가 어떤 ‘의의’를 갖는지 평가하면서 그 텍스트가 놓일 가장 적절한 자리를 찾아주는 것이 ‘배치’이다. 여기서 ‘해석’은 의미의 추론 이상으로 작품에 대체불가성을 부여해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야 한다. 그 단독성에 도달하는 방법은 작품의 ‘내면성’을 발견하는 일이고, 그것은 그 작품에 영속적인 생명력을 주는 것과 같다.
3. 쓰기와 준칙
글쓰기는 집짓기와 유사하다. 지면(地面) 대신 지면(紙面) 글을 짓기 위한 세가지 준칙이 있다. 첫째는 글이 지어질 당위성을 찾는 것이다. 있을 만한 곳에 있을 필요가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 글에게 그러한 존재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인식’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인식은 다양한 것이지만 취향이나 입장과는 분리된다. 두 번째는 한번 쓰이면 다른 어떤 문장과 표현으로도 대체 될 수 없는 가장 정확한 문장을 찾아내는 것이다. 마지막은 넘치고 부족함이 없이 건축적인 배치를 하는 것이다. 한 문장, 한 단락이라도 더하거나 빼면 무너질 정도의 견고하면서도 압축적인 배치로 글이 만들어 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