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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 - 안소현

2015.04.18

<큐레이터는 어떻게 작품의 의미에 개입하는가?>

1. 작품의 선택과 분류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의미를 재발견하거나 변화시키고 생산하는 것이다. 큐레이터는 전시 기획에 있어 선택과 분류의 권한을 갖기 때문에 기획자의 선택과 배제, 가치판단 그리고 배열과 맥락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중립적일 수 없게 된다.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는 『상상의 박물관』에서 ‘미술관은 의미를 변신시키는 장소.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이미지나 오브제를 다 옮겨 올 수 없기 때문에, 선택된 이미지/오브제로 최대한의 의미 창조를 시도하는 곳’ 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자끄 에나르(Jacques Hainard)의 ‘진열장화 (vitrinification): 진열대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의 의미는 변하고 생산 된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전시가 얼마나 강력한 의미 생산 기제인지를 알 수 있다. 전시에서 최종적으로 관객과 소통하며 의미 전달의 여정을 도와주는 것은 ‘디스플레이’이기 때문에 큐레이터는 텍스트가 배제된 상태에서도 이미지만으로 어떻게 읽힐 수 있느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 해야 한다.

 

2.  디스플레이를 이용한 의미 개입

오늘날 갤러리와 미술관의 디스플레이 형식은 전시의 목적과 관련되어 있다. 살롱에서는 천장에서 바닥까지 그림을 가득 걸어 컬렉션이 최대한 많아 보이게 하는 효과를 노렸으며, 전통적인 미술관에서 즐겨 사용한 녹색 벽은 교육적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작품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미술관 벽은 흰색이 되었고, MoMA의 초대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Alfred Barr Jr.)에 의하여 화이트 큐브 형식을 갖게 되었다. 19-20세기 초까지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대한 실험들이 시도되었다. 1920년에 열린 제 1회 《다다 국제박람회》(1920)는 전시장 천장에 인체조각을 달고, 작품과 프린트물들을 무질서하게 걸어 작가의 개인성과 고유성을 배제한 디스플레이를 시도했다. 그리고 1927년 엘 리시츠키(El Lissitzky)가 공간 디자인한 《추상의 방》은 텍스트보다 시각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대표적인 전시이다.
기획자는 ‘관객의 이동’이라는 변수를 항상 고려해야 한다. 관객의 시선과 동선 유도가 성공적이었던 전시 사례는 Propaganda 전시들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허버트 바이어(Herbert Bayer)의 《응용미술연합전》(1930)과 그가 전시 디자인을 맡은 《승리를 위한 길(Road to Victory)》(1942) 등은 기획자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디스플레이에 개입한 대표적인 예이다.

 

3. 작품 제작 커미션 및 프로젝트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의 《태도가 형식이 될 때》(1969) 는 이후 유럽 전시 기획에 큰 영향을 끼쳤을 뿐만 아니라 제만을 국제적인 큐레이터로 급부상 시켰다. 이러한 스타 큐레이터들의 등장은 강력한 담론과 의미를 생산하지만, 반면에 스타 작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면에서 그 존재의 양면성을 가진다. 이것은 스타 큐레이터에 의해 등장한 스타 작가는 큐레이터의 개인적인 판단 기준에만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4. 텍스트

큐레이터의 글은 소통의 도구이면서, 작가의 작품과 작업 세계에 대한 탐구 기능을 한다. 전시의 종류를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구분한다고 했을 때, 이 두 분야에 대한 글쓰기는 접근법에서 큰 차이를 갖는다. 우선 개인전의 경우, 큐레이터의 글쓰기는 '작가와 관객의 소통'을 위하여 쓰여진다. 작품과 작업 세계에 대한 깊이 있는 글쓰기를 통해,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을 재발견할 수 있는 계기와 관객에게는 작가/작업과의 소통의 문을 열어줄 수 있다. 반면 단체전 글쓰기는 '나-기획자의 생각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즉, 개인전 글쓰기에서 큐레이터는 소통의 매개체이고 단체전 글쓰기에서는 소통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큐레이터의 글은 창작물이면서 동시에 사실 전달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 두 가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큐레이터는 작품에 대하여 끊임없이 다각적인 접근을 시도해야 하며, 더불어 왜곡된 해석과 의미 전달이 일어나지 않기 위한 자기검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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