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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VII - 조정환

2013.11.07

일곱번째 워크샵은 오랫동안 ‘인지자본주의’를 연구해온 조정환 선생님을 초대해, 예술과 삶, 노동의 경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1) 1980년대와 90년대 우리나라 미술경향과 배경
조정환은 과거 <민중미학연구회>와 <문화예술연구소>에서 민중미학을 연구해왔다. 이번 세미나는 민중미학의 배경과 그 의의를 설명하면서 시작되었다. 1980년대 민중미술은 산업자본주의 시대를 배경으로 육체노동과 몸이 생산의 중심이었으나, 90년대 사회주의 붕괴와 제3세계가 도래하면서 자본가들은 산업자본주의의 한계를 깨닫고 대안을 모색하게 된다. 주식회사의 건립과 금융화를 통해 ‘노동’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정환은 90년대 이후 가장 큰 변화로 1. 지식 계층의 노동자 계급화 2. 벤처기업을 통한 정보활동 노동화 3. 포털 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케이션 활동 4. 마음을 써서 돌보는 정동노동을 제시하며, 인지노동의 중요성과 그 의의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특히나 정보 활동의 노동화와 커뮤니케이션 활동의 노동화는 현대 예술가들이 갖는 소외감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2) 예술종말론과 예술진화론
‘예술은 어떠한 변화를 겪었는가?’에 대해 헤겔의 예술 종말론에 대해 그의 이론을 따르는 마르크스와 루카치를 예로들며, 마르크스의 예술과 자본의 상관관계와 산업노동과 예술노동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하였다. 마르크스는 예술이란 자기본성과 내적욕구에서 기인한 활동이라고 보았고, 따라서 예술은 판매와 구매행위가 일어나는 ‘시장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활동이라고 파악했다. 따라서 예술활동과 비물질 노동은 주요한 분석대상 범주에서 벗어난다고 판단, 이에 1930년대 루카치 역시 ‘자본주의의 예술 적대성’이라는 이론으로 마르크스가 지적한 예술활동의 입장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발터 벤야민은 루카치의 리얼리즘과 반대되는 표현주의 흐름을 옹호하고 기술혁신을 긍정적으로 보았다고 설명했다. 조정환 선생님은 이러한 발터 벤야민의 이론이 ‘대중’이라는 등장과 맞물려 자본으로 포섭되는 과정과 이면을 분석하는데 중요한 이론적 뒷받침이 되었다고 하였다. 이는 마르크스와 루카치의 예술종말론과는 대치하는 입장인 예술진화론적 입장으로 예술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중요한 이론이자 지점임을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예술적 사실을 어떻게 가치평가할지에 관한 문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3) 예술활동의 노동화
이어서 조정환은 기술과 예술을 구별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예술활동과 노동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 상황에 주목하였다. 또한, 상황주의자와 플럭서스 예술가들을 비롯한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이 과거의 보수주의적 고정관념을 배척하고 장르 구분을 허무는 예술의 생활화를 지향하는 경향을 예로 설명하였다. 이러한 경향으로 인해 현재의 신자유주의의 경쟁 시스템 속에서 승자독식의 체제가 구축되었고, 그에 따른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술가가 느끼는 소외감은 이런 과정에서 기인한다. 결론적으로 조정환은 예술가들을 포함한 인지노동자들이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예술가들의 노동이 소외받고 인정되지 않는 현실 상황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주었다.
 
4) 예술가의 조건
조정환은 철학과 미술사, 경제 전반에 대한 깊은 배경지식을 토대로 현재 상황에 대해 설명한 후 질의 응답을 통해 예술가의 조건과 존재에 관한 얘기로 심화시켜갔다. 그는 커뮤니케이션 노동이 대두하면서 노동과 자본가 사이의 대면과정이 사라지고, 그에 따라 예술가들이 갖는 태도와 각성, 존재론적 사고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술가들이 자신들을 노동자로 인식하기보다는 예술가임을 인지하고 그들의 창작활동 과정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예술가가 되는 조건으로 자신의 시간을 스스로가 지배하고 반대의 상황에서도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스스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예술이란 우리 삶 밖에서 정의될 수 없고 역사적이고 사회적인 과정속에서 형성된 개념이라 하였다. 이는 우리 삶속에서 정의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므로 최근 작가들에서 보이는 삶과 예술활동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지점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며 세미나를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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