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III - 백지숙
백지숙 (現 아뜰리에 에르메스 디렉터)
세 번째 워크샵은 7월 24일, 백지숙의 강의와 그가 제시한 두 가지 주제(<국제적 작가는 누구인가>와 <전시 비교 리뷰>)로 워크샵 참가자 3인이 쓴 글을 개별 크리틱하는 것으로 진행하였다.
1) 왜, 어떻게 쓸 것인가
큐레이터이자, 문화-미술 평론가로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의 중요함’을 역설力說하는 것으로 강의를 시작하였다. 첫 번째로 그는 전시 서문이나, 평 같은 글을 쓰는 것이 전시와 병행될 경우 기획 전반에서 훨씬 입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참가자들에게 강조하였다.
그는 큐레이터에게 있어 글이란, 기획을 전체적으로 조직화 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며 기획자의 입장과 세계관을 타인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글을 통해 자신의 기획을 타인에게 충분히 설득할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 고 기획자로서의 입장과 소신도 드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
였다. 더불어 참가자들에게 화자(글쓴이)의 개성과 특이성이 나타나도록 글을 쓸 것을 당부하였다.
좋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서 좋은 글을 쓰는 것은 필요 충분이다. 백지숙 큐레이터는 좋은 전시를 기획하겠다는 욕심뿐만이 아니라, 좋은 글을 쓰겠다는 욕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큐레이터로서 쓰게 되는 다양한 글(전시기획안, 서문, 보도자료, 작품론, 작가론 그리고 전시리뷰 등)의 종류와 목적에 따라서, 여러 층위의 독자를 염두하고 글을 써야 하는 것(예를 들어보도자료의 경우, ‘기자’라는 독자를 상정하고 쓰는 것)과 그 글에서 꼭 밝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짚어 주었다.
비평적 글쓰기에 있어서, 큐레이터와 비평가라는 입장 차이에서 글의 방향을 결정짓는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비평가의 비평은 큐레이터와 다르게 ‘평가’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평가를 내리는 비평가가 아닌, 큐레이터는 비평적인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를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특히 비평가의 역할이 점점 줄어 들고 있는 요즘과 같은 상황 속에서 어떤 새로운 비평적 글쓰기가 가능할 수 있을지 모색해 보아야 하며, 평론가로서 자신은 미술 비평에 있어서 현장 비평보다 미술사나 미술이론적 백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이론 비평이 필요해 보인다는 소견을 밝혔다.
2) 글쓰기의 어려움
워크샵 참가자 3인이 쓴 글을 개별 크리틱하며, 한국어로 글을 쓰는 일에 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거론하였다. 백지숙 큐레이터는 모어가 가지는 생득적 특수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글쓰기 훈련을 하지 않으면 한국어로 글을 잘 쓸 수 없다고 강조하며, 반복해서 글을 고치고 쓰고 난 뒤에는 꼭 소리 내어 읽어 볼 것을 당부하였다. 특히 ‘글쓰기’에 앞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문화가 언어적 규칙을 만들기 이전에 빠르게 변화하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어 자체가 개념을 만들거나, 가시적으로 잘 쓰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논하였다.
그 밖에 서구 이론 유행 담론을 무분별하게 가져다가 한국의 어떤 상황을 비판하는 것을 조심해야만 하며, 이론 틀을 그대로 가져다가 작가와 작품을 비평하는 것에 관하여 참가자들의 생각을 묻기도 했다. 한편으로 인문 사회 이론을 위한 설명적 도구로써 작품, 미술이 쓰이는 경우도 더러 있으나, 이 경우에는 작품을 설명하는 어법이나, 담론적 층위가 많이 달라 보인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이론적 층위를 어떻게 작품이나, 작가와 엮을 것인가가 중요하며 이 문제를 앞으로도 고민해 볼 것을 당부하며 워크샵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