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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VI - 최유진

2022.12.03

큐레이터의 협업자 – 전시 디자이너

 

 

예술의 자장 안에서 프로그램, 프로젝트, 전시, 워크숍 등 여러 형식으로 불리는 특정한 모임의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은 곧 공간적(spatial) 경험으로 인식된다. 복수의 이름을 가진 이 모임의 사건들은 각각의 입구와 출구를 가진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작가, 기획자, 디자이너, 관객 등의 행위자들이 공간 혹은 공간적 경험을 설계하는 방식을 살펴보았다. 이는 설계자 외의 타인이 공간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고 참여하는지에 대해 재고하는 일이자 물리적인 시선, 걸음의 이동을 안내 혹은 방해하는 일이 된다. 아래 건축가이자 예술비평가인 마르쿠스 미센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세미나에 대한 기록을 다음과 같은 공간적 경험 설계에 대한 사유로서 남기고자 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말을 거는 방식에 따라 공간이 생성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 물론 이는 공간적 설계를 필요로 하며 이때 공간의 물리적인 형식에서, 미적인 요소는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퍼포먼스, 즉 작동 방식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일은 엔진을 설계하는 일에 비유될 수 있다.’ – 마르쿠스 미센과의 인터뷰, ‘담론을 무대화하기,’ 메트로폴리스 M, 2016년 2월호.

 

– 이미지 (DCW 2022)

 

 

해외 작가, 미술관과의 실제 협업 사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다른 전시 예시들과 덧붙여짐으로써 큐레이팅의 방식도 분류할 수 있었다. 원작자가 미술관에 전달한 ‘하드디스크 한 장’에 담긴 정보에서 출발한 전시 제작 과정, 그사이 전시 담당자들의 협업과 욕망 사이를 넘나드는 준비 과정이 흥미로웠다. 미술관에서 최근에 보았던 전시는 물론 10년 가까이 된 여러 프로젝트 사례를 공간 디자이너 입장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제작에 임했는지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본인이 가진 전시의 잔상을 다른 방식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담당자가 아카이브처럼 남긴 기록과 이미지를 토대로 전해준 협업의 과정을 토대로 한국 미술사의 숨겨진 면면과 발전 과정을 알게 되었다. 당시의 소통 방식, 사용된 매체가 현재 유효하지 않을지 언정 개인에게는 경험을 제공하고 이렇게 쌓인 역량이 뮤지엄 인프라 구축의 발판이 되었을 것이라 짐작해 본다. 책의 각주, 방주가 읽는 행위자 또는 개인에게 안내자 역할을 하는 것처럼 전시에 임한 여러 협업자의 각 업무는 미술사 안에서 전시를 생생히 기록됨으로써 다음 창작자에게 무한히 참조, 참고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 이민아 (DCW 2022)

 

 

큐레이터에게는 다양한 역할 모델이 있다. 작가, 행정가, 프로듀서, 디자이너 등등. 이번 세미나에서는 전시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자인의 영역을 전시의 구성에서 어떤 위치에 놓을 수 있을지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2010년대 이후 전시에서 디자인에 관한 논의가 부각되기 시작했다. 전시 디자인이 작품과 공간의 관계, 더 나아가 관객과 작품이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롭게 제안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말하자면 그것은 작품이 점유하는 허공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를 계산하여 공간 자체를 경험하게 하는 일이라 할 수 있다. 공간의 부피를 분할해 작품을 둘러싸는 영역을 책임지는 것이 작가의 일이라면, 큐레이터는 전시라는 큰 지도 안에서 작품과 작품 사이에 비어있는 영토를 관장하는 책임을 맡는다. 하나의 전시 안에서 틈새를 벌이는 동시에 빈틈을 메우기도 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작품의 내용과 형식에 따라 새로운 풍경을 그리는 전시는 어떤 장면이든 연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공간을 가진다. 큐레이터의 일은 전시라는 특수한 형식 안에서 공간성을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할 것이다.  

 

– 이민주 (DC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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