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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 - 최희승

2022.06.04

큐레이터의 태도와 방법론 1 – 실패한 전시 리뷰

 

 

전시는 단수의 결과가 아닌 복수의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한 전시의 성패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전시라는 신체가 지닌 특정한 부위의 누수 혹은 탈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각자가 이해한 기준과 조건에 따라 ‘실패’한 전시의 사례와 그 근거를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전시가 구축되는 과정과 이를 통해 형성되는 관계들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가령 주/부 혹은 위계없는 전시는 가능할 것인지, 살아남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관계맺는 지역미술은 존재할 수 있을 것인지, 작품을 도구화하지 않는 전시는 어떤 조건 속에서 가능할 것인지와 같은 광범위하면서도 본질적인 물음들이었다. 

 

– 이미지 (DCW 2022)

 

 

전시를 관람한 뒤, 감상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보통 동료들과 나눈다. 주제전의 경우 기획자의 기획력이 돋보였다든지 참여 작가 라인업이 좋다처럼 대게는 전시의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논의한다.

물론 아쉬운 점에 대해서도 얘기하지만 미술이론에서 거대 담론에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하듯 국립, 시립, 혹은 규모가 큰 사립미술관의 전시에 대해서는 주인없는 전시인듯 오히려 기획이나 작가의 작업세계에 대한 비평을 자유롭게 한다. 개인적으로도 작은 규모의 전시, 대안공간의 전시에 대해 의견을 누군가에게 자유롭게 말하기를 주저할 때가 종종 있다. 이에 이번 첫 워크숍에서는 실패한 전시에 대해 정의하고, 각자 봤던 전시 중에 어떤 점이 실패한 요소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어보았다. 우리가 늘상 전시보고 하는 일이지만 '실패'라는 용어로 명명하지 않아 낯설지만 흥미로운 과제처럼 느껴졌다. 결국 프로젝트에서 실패 요소를 분석하고 의견을 나누는 단계를 통해 의미있는/효용 가능성을 지닌 전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 이민아 (DCW 2022)

 

 

한 전시의 성패를 묻는 질문은 전시에 대한 스스로의 정의와 기준을 요구하는 일이다. 특히 당대 미술계에서는 큐레토리얼 양상이 다변화 되면서 전시의 개념과 형식을 특정하기 어려워졌다. 이는 전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전시의 성공여부 또한 단 하나의 기준으로 판가름되지 않음을 알려 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기획하거나 감상하는 데 있어 그 방향성을 제시하고 찾는 일은 필수적이다. 전시가 제안하는 방향과 기준선에 무엇이 놓여있고 누락되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나는 전시를 기획자의 의도와 작품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사건의 장으로 여긴다. 작품이 하나의 텍스트가 되어 전시라는 서사를 만드는 것인데, 우리는 많은 장소에서 기획 자체가 하나의 텍스트가 되는 장면을 보곤 한다. 이때 작품은 전시를 위한 레퍼런스처럼 보인다. 요컨대 나에게 전시의 성공 여부는 기획의 테두리 안에서 작품과 작품 간의 긴장, 그리고 어떻게 작품의 이미지가 전시의 형식을 만들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실패한 전시는 우리가 가진 기준과 이해에 그 어떤 딴지를 걸지도 않으며,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는다.

 

– 이민주 (DC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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