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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세미나 XIV - 조예은

2022.01.22

세계에 구멍 내기

최선주 (DCW 2021)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2021 마지막 세미나에서는 『칵테일, 러브, 좀비』(2020), 『스노볼 드라이브』(2021) 등 호러와 SF, 환상 요소를 접목한 이야기를 써온 조예은 소설가와 함께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다. 특히 환상적인 이야기가 가지는 힘과 독자에게 가닿는 이야기란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하였고, 전시라는 형식에서는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는 B급 공포 영화를 보고 자란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호러물의 표현 방식이 여성에게 가해지는 학대를 오락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고, 새로운 장르의 호러물을 쓰고 싶다는 욕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칵테일, 러브, 좀비』(2020)를 집필할 당시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현실의 사건을 마주하며 오히려 끔찍한 현실과 거리 두기를 하기 위해 가상의 이야기를 빌려왔다고 밝혔다.

 

조예은은 세계관을 만드는 일은 ‘현실에 있는 사소하지만 지나칠 수 있는 구멍을 크기를 키우는 것’이고, 환상 요소를 통해 이야기와 현실의 경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야기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4가지 단계를 소개했다. 처음에는 영화, 음악 등 다른 여러 주제에서 쓰고 싶은 이야기를 추출하고 그사이의 별자리를 잇는 것처럼 넓은 세계관을 만든다. 그 다음으로는 주인공을 설정하고 그 주인공이 세계의 기이한 점을 발견하는 지점에 이르면 극단적으로 캐릭터를 변화시켜 그 차이를 명백히 보여준다. 작가는 이러한 변곡점이 있는 것이 자신의 글의 매력이라고 말하면서, 주인공을 설정할 때도 반드시 작가와 맞닿는 부분을 설정하여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노력한다고 언급했다. 단편 『고기와 석류』(2021)는 독거노인과 구울이 같이 살면서 시작하는 이야기로 자신이 죽으면 자신의 시체를 남기지 말고 먹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끝난다. 작가는 자신이 가진 ‘혼자 죽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서 이 글을 시작했고, 투영된 자신의 욕망을 해소할 수 있도록 판타지 요소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의 욕망이 반영된 주인공에 따라 세계관의 법칙을 세우고, 캐릭터의 욕망을 구체화하여 판타지적인 요소를 배치한다. 특히 완벽한 인물이 아니라 결핍이 있는 인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하는데 최근작 『스노볼 드라이브』(2021)에서는 모루와 이월이라는 인물을 통해 방부제 눈이 내리는 비현실적인 세계 안에서 서로를 욕망하며 원동력이 되도록 구성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을 때, 이해 범위 안에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서 창작을 시작했어요. 그렇게 세상을 관찰하고 다시 만들고 곱씹고 그 안에 내게 닿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계속 바라는 것 같아요. 이해가 되지 않는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요. 제 이야기를 읽는 독자도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조예은은 결국 세계관을 만드는 것은 세상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물이 호러, 판타지, SF라는 장르의 얼굴을 하고 있더라도 그 안에서 현실과의 연결성을 늘 찾아야 하며, 창작자는 허구의 이야기라는 편리한 변명에 기대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공포 드라마 시리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언급하며 욕망을 가진 캐릭터가 자신의 바닥을 드러내며 보여주는 변화를 겪지만, 그럼에도 굴복하지 않고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례에 대해 소개했다. 이야기를 창작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닿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전시 기획과 비슷하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서 독자와 관객이라는 불특정한 대상에게 전달되는 목소리에 대해 깊게 고민했고, 가상의 이야기와 현실의 연결고리를 잊지 않으면서 기획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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