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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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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VIII - 박가희, 이진실

2021.09.18

“무엇을”, “어떻게”라는 단순한 질문

최선주 (DCW 2021)

 

 

이번 8차 세미나는 박가희, 이진실 큐레이터의 사례를 듣고 전시의 조건 속에서 기획자 스스로의 태도와 기준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가희는 더이상 기관의 소속 여부가 기획자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며 그보다 자신만의 방법, 각자의 기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로 세미나를 열었다. 또한 큐레이팅 자체는 무엇을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과 조건이지만, 큐레토리얼은 보다 인식적인 차원에서의 실천의 태도이며 전시만을 만드는 것이 기획자의 역할이 아님을 짚었다. 그는 “전시의 역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매체로서 비가시적이지만 다양한 사유, “앎의 사건”을 촉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획자의 질문이 완결된 문장으로서가 아니라, 시간차를 두고 작품과 관객을 만나서 진화하고 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했다.

 

기획한 전시의 사례를 살펴보며 전시마다 기획자의 질문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들을 수 있었다. 《오작동 라이브러리》(2016)에서는 학생들로 구성된 ‘오작동 스터디 그룹’을 운영했던 배경을 밝히며 대안적 지식 생산의 가능성을 짚었고, 《SeMA 전시 아카이브 1988-2016: 읽기 쓰기 말하기》(2016-2017)에서는 역사의 재현이 아니라 역사-쓰기라는 행위에 초점을 맞춰 다층적 역사-쓰기의 가능성을 살폈다. 《불협화음의 기술: 다름과 함께 하기》(2017)에서는 영국문화원의 소장품을 사용해야 하는 조건에서 영국과 한국이라는 서로 다른 두 사회를 매개하는 장치로 작품과 텍스트를 가져온 점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전시, 프로그램, 출판처럼 다른 시제를 가진 이들이 하나의 연결망 안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세미나를 마쳤다.

 

다음으로 이진실은 글을 쓰는 것과 전시를 만드는 것 사이에서 기획자가 고려해야하는 지점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오늘날의 큐레이터는 평론가적인 위치에서 글을 쓰는 “단독자”, 작품의 시각 언어를 번역하는 “매개자”, 두 가지의 역할을 모두 요구받는다. 다만 글을 쓴다는 것은 시각적인 작품을 한 단계 더 추상화하는 과정이기도 한데, 그 과정에서도 작품과 관객 사이에서 공감대를 잃지 않아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큐레이터의 글이 작품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거나 기존의 비평과 작가노트를 짜깁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합정지구에서 열렸던 《리드 마이 립스》(2017), 《미러의 미러의 미러》(2018)를 소개하며 퀴어 정치학의 현재성, 레디컬 페미니즘을 미술계가 어떻게 다루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특히 미술계 안에서 페미니즘에 대해 토론과 대화 등 치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며 기획자가 어떤 태도를 선택하고 발언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between the lines》(2019)에서는 페미니스트 액티비즘 그룹인 ‘페미당당’을 전시의 중요한 발언 주체로 끌어들이며 과거의 실패를 오마주하지 않고 재기록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이 전시는 최근 탈영역우정국에서 있었던 페미당당의 아카이브 전시와 연결되며 새로운 관계 맺기를 보여준 사례였다.

 

박가희 기획자가 언급한 것처럼 “전시는 시차를 두고 다양한 관객에게서 발생하는 사건을 촉발하는 매개”이다. 사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시와 연동하여 작동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기획자의 연구와 사려깊음이 드러나는 글쓰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모든 전시가 각각 다른 조건에서 자라난다는 점이다. 토양의 조건이 다르면 식물의 모양이 달라지는 것처럼 기획자는 자신이 서 있는 토양을 하나의 요소로 치환해야 한다. 두 기획자의 사례를 들으며, 어떤 조건에도 변하지 않는 전시의 역할과 기획자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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