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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II - 김주희

2018.04.30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세번째 세미나는 서강대학교 CGSI HK연구교수인 김주희의 ‘여성주의 인식론의 이해’를 주제로 강의가 마련되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페미니즘은 여성이기에 지니는 태생적인 입장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 중의 하나이다. 1960년대 신좌파운동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페미니즘은 과학적 지식을 합리성의 문제가 아닌 권력의 문제로 보며, 세계에 지배적인 담론인 남성중심주의, 가부장제, 자본주의가 끊임없이 생산하는 성차의 부당함에  ‘실천적으로’ 맞선다. 즉, 페미니즘은 양성평등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보편에 맞선 주변의 투쟁이다.

 

세미나에서 언급된 다수의 사례 중에서 기억에 남았던 예는 찰리 채플린의 ‘모던패밀리’였다. 공장이 쉼없이 돌아가기 위해 남성노동자들은 기계의 부속품처럼 일사천리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데, 그 이면에는 남성을 공장에 제 시간에 보내기 위해 도시락을 싸주고, 빨래를 돌리고, 아이를 돌보는 무임노동자인 여성이 있다. 영화에 유일하게 등장하는 여성 역시 사장의 비서로 남성이 업무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옆에서 돌보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이렇듯 남자와 여자의 역할은 태생적으로 주어져 있지 않고 시대가 처한 환경과 지배적 담론에 의해 남자와 여자로 ‘되어간다.’

 

따라서 페미니즘은 현대 가부장적 자본주의에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딴지를 걸어야 한다. 앞서 페미니즘이 ‘실천적으로’ 맞서야 한다는 말은 구체적인 맥락과 상황에 따라 문제를 제기해야 함을 뜻한다. 지배담론에서 드러나지 않고 언어화되지 않는 부분을 포착하고 기꺼이 불화를 생산하는 활동이 요청되며, 이러한 활동은 동성애, 장애인, 병역거부 운동 등의 소수자연대와 그 맥을 함께한다.

 

세계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활동으로서 페미니즘은 미술계에서 논의될 수 있는 지점이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페미니즘 작가 혹은 기획자로서 소개되는 순간 모든 작업이 페미니즘에 한정되어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논의가 저조한 편이다. 페미니즘 미술을 단순히 이분법적인 잣대로 평가하고 단정짓기보다 미술의 저변을 확장시키며 더 활성화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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