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II - 안소현

2017.04.22

4월 22일 안소현 독립 큐레이터의 마지막 세미나는 전시 디스플레이의 역사를 중심으로 바라 본 ‘큐레이터의 개입’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최근 큐레이터의 활동은 전시의 시각적 이미지를 결정하는 역할에서부터 커미션 작품을 통해 창작이라는 작가 고유 영역까지 더욱 확장되고 있다. 작품의 선택과 분류, 디스플레이의 의미 개입, 작품제작 커미션 및 프로젝트와 같이 오늘날 전시장의 표면과 이면을 아우르는 큐레이터의 다각적 개입에 대해 알아보았다.


먼저, 큐레이터에게 작품의 선택과 분류는 작품 분류 이데올로기에 따라 작품이 새롭게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창적이고 고유한 사유의 영역이다. 앙드레 말로의 <상상의 박물관>과 아비 바르부르크의 <아틀라스>는 2차원의 예술 도판을 통해 가상 전시공간을 구성함으로써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이미지 사이의 ‘무시간적’ 선회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텍스트를 배제한 이미지의 배열만으로도 서사적 구조의 재현이 가능함을 나타내는 동시에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전시 구성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큐레이터에 의해 새로운 맥락을 탄생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선택과 배열이 큐레이터의 창조적 활동의 주요한 부분임을 알 수 있었다.


다음으로 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외부 구조를 알아보았다. 관람자가 형성하는 전시 감상의 직관적 판단과 태도는 전시장 표면의 ‘색’과 ‘걸기’ 방식에 큰 영향을 받고, 이를 통해 전시장의 외부구조가 전시 읽기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늘날 보편화 된 ‘화이트 큐브’로부터 ‘전시장 벽면은 왜 하얀색일까?’란 질문을 통해 그 역사와 기원에 대해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화이트 큐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전시장 모습은 1940년대 MoMA의 초대관장이었던 알프레드 바 주니어에 의해 완성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20세기 초의 살롱은 붉은색을 주조로 하되 각 목적에 맞게끔 벽면의 색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닥에서 천정까지 여러 겹으로 겹쳐 걸었던 방식 또한 당시 살롱 문화가 예술품의 개별적 감상과 비평보다는 컬렉션 전체 관람이라는 당대 전시 목적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런 디스플레이 방식은 1920년 처음 열린 <다다국제박람회>에서 이후 해가 거듭되며 오늘날과 흡사한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변화되었다. 1920년대 이후 ‘걸기 방식’은 더욱 적극적으로 전시 전체 맥락을 구성하는데 활용되었다. 그 예로 관객의 시선과 동선에 더욱 초점을 맞춘 엘 리시츠키의 <추상의 방>, 허버트 바이어의 <응용미술연합전>을 비롯한 정치적 선동의 메시지를 전했던 <승리를 위한 길> 등을 살펴보았다.


현대 미술의 역사 상 가장 주요한 전시 중 하나로 손꼽히는 하랄드 제만의 <태도가 형식이 될 때>는 전반적인 전시 영역을 큐레이터의 적극적 개입으로 완성한 기념비적 전시이다. 당시 제만의 개입은 현대적 큐레토리얼의 정의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전시장에서 예술의 수용자와 생산자의 관계는 그 어느 때 보다 수평적인 동시에 참여적 성격을 지향하고 있다. 예술품의 일차적인 감상이 아닌 다양한 지식과 경험의 교환이 가능한 공간으로서의 전시 구성과 방식에 대해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