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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프로그램두산연강예술상
윤미현
DAC Artists Info

수상
2019 제55회 동아연극상 희곡상 <텍사스고모>
2017 제4회 ASAC 희곡공모 대상 <텍사스고모>
2016 제37회 서울연극제 희곡상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대통령상 <철수의 난>

 

경력
2019 창작오페라 <텃밭킬러>, <검은 리코더> 작
2018 연극 <텍사스고모> 작
2017 연극 <크림빵을 먹고 싶었던 영희>, <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메론씨를 준다고 했어요>,

<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 작
2016 연극 <궤짝>, <장판>, <철수의 난> 작
2014 연극 <경복궁에서 만난 빨간 여자>, <팬티입은 소년>
<젊은 후시딘 - 어 러부 스토리>, <평상> 작
2012 연극 <텃밭킬러>, <우리 면회 좀 할까요?> 작

심사평

작가 윤미현의 희곡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참 엉성하다.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살다가, 사건을 수습하지 않다가, 밥을 맛있게 먹고, 술주정을 하고, 밤이 되면 쿨쿨 잠을 잔다. 엄청 슬프고 아픈 심각한 상황인데 낄낄댄다. 반성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세월아 흘러라 하면서 산다. 중년의 아들은 허구한 날 TV 앞에 웅크리고 막장 드라마만 보고 있다. 그러면서 말한다. “아, 현실이 더 막장이야.”, “10년 동안 똥줄 빠지게 일했는데 저런 대우 받으면 나는 확 회사에 불을 질러버릴 거야.” 아들의 어머니인 할머니는 아들에게 평생 자신을 바치며 살았으니 이제 돈을 내놓으라고 한다. 아들이 돈이 없다고 우리도 먹고 살기 힘들다고 하자, 할머니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광주리에 담아내다 판다. 식용유도 조금 덜어내다 팔고, 커피믹스, 프리마도 내다 판다. 결국에는 이사업체를 불러 집을 통째로 넘겨버리고는 광주리를 이고 나가버린다(<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2017)). 파자마 아저씨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가장이다. 망명이의 형은 조만간 외국으로 떠날 거라며 트렁크를 들고 다니지만, 집 밖을 맴돌 뿐 떠나지 않는다. 망명이와 계모인 엄마는 주야장천 피가 나도록 서로의 때를 밀어댄다. 먹을 것이 없는 꼬맹이 엄마, 아빠는 살 집을 찾다가 1970년대 지어진 시범아파트로 간다. 집주인인 노인 부부는 아파트가 점점 무너지고 있어 짐의 무게를 줄여야 한다며 안전모를 쓰고 손에 망치를 들고 집과 장독들을 깨부수고 있다(<할미꽃단란주점 할머니가 메론씨를 준다고 했어요>(2017)). 한결 같이 납득이 안 되는 인물에, 그 이상으로 걸맞지 않은 참 기이한 상황이다.


엉성한 인물과 그들이 사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작가 윤미현의 글쓰기도 참 헐겁다. 인물들이 자기의 내면을 풀어 보여주기엔 턱 없이 짧은 대사들을 툭툭 던져 놓는다. 그것도 모자라 무수한 사이, 쉼표들로 벌려놓는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명징하게 전달하기 위해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를 메우고 다듬겠다는 생각 같은 것을 하지 않는다. 그냥 내버려둔다. 그리고 그 상태로 작가 윤미현은 자신의 희곡에서 눈을 떼고 연극 무대를 쳐다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딱 여기까지라는 듯, 마치 다음을 부탁하겠다는 듯 말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오랫동안 한국연극 안에서 희곡작가, 희곡에 대해 다져져 왔던 생각들을 무너뜨린다. 세상은 물론이고 연극무대에 대해 결국은 정제된 모범 답지가 되기를 바랐던 예의 그 희곡, 희곡작가와는 꽤나 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의 희곡은 낯설고, 그래서 불편하고, 그래서 또 새롭다.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의 희곡은 그 희곡을 안고 무대에 설 사람들과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객석의 관객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언어에 연출의 언어, 배우의 언어, 그리고 관객의 언어가 다가가 충돌하고 얽힐 수 있는 공간을 희곡 안에 만들어놓는다. 그의 엉성함, 헐거움, 도처의 빈 틈들은 이를 위해 치밀하게 의도된 것이다. 이로부터 독특한 파동이 만들어진다. 무엇보다 그의 희곡을 안고 무대에 설 사람들은 그 공간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 아니 채우는 것이 의미가 없다면 그 상태로 무대 위에 어떤 식으로 드러낼 것인지를 계속해서 질문하게 된다. 그래서 그의 희곡은 지극히 연극적인 희곡이다.
그런 그의 희곡은 잘 만든 답안지가 아니라, 우리가 나머지를 더 채워 넣어야 하는 서술지로 다가온다. 그 틈을 채울 납득 가능한 답을 찾는 가운데우리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한다.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참담하고 분노스러운데, 그 현실을 벗어난 외부를 상상할 수 있는 상상력을 빼앗겼거나 스스로 포기해버린 우리 모습을 말이다. 작가 윤미현 식의 리얼리즘이다.


작가 윤미현은 그렇게 파동이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 위주의 연극과 현란한 연극성으로 무장한 작품들이 늘어나는 한국연극 안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플롯에, 대사에 힘을 불어넣는다. 희곡 안에 있으면서도 희곡을 벗어나는 전개, 재현적 글쓰기와 탈재현적 글쓰기 사이의 줄타기를 통해 양보 없이 동시대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포착해낸다. 그리고 그 희곡으로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아낸다. 윤미현의 스타일이 아직 무대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 희곡이 발생시키는 파동에 응대할 연출과 배우들이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 귀한 젊은 작가가 더 높이, 더 멀리 뻗어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심사위원 모두 별 주저함 없이 윤미현을 수상자로 선정한다.

 

심사위원 김미도 윤한솔 이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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