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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I - 안소현

2016.04.12

<전시의 글쓰기 II>


1. 특정 작가의 작품분석

이번 세미나는 작품의 성격에 따른 특정 작품을 분석하는 글쓰기의 방법에 대해 연습하는 시간이었다. 박이소의 <이그조틱-마이노리티-오리엔탈>을 한 예로, 작품에서 드러나는 텍스트와 이미지 기호를 통해 기의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분석해 본다. 또한, 동일한 상징/도상 기호가-지역, 인종 등의 관객층에 따라 형성되는-다른 기호와 기표 등의 맥락으로 교묘하게 작동하는 메커니즘을 다룬다. 좋은 글의 경우, 기호들 간에 충돌할 때 생성되는 긴장관계에 대해 서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롤랑 바르트는 “기표의 증식”을 언급하면서 새로운 기호로 작동하여 기의가 형성되는 그 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작품을 분석할 때 이견이 있다면 서두에 가능한 전제들을 던져 놓고 점점 확실한 기호로 글을 발전시키는 것이 좋다. 반면, 추측이 난무하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2. 글의 성격 - 문체와 구조

작가의 작품을 분석할 때 작품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여 시각적 정보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작품론의 경우 작품 자체에 대한 충실한 묘사가 필요하며 기획의 글과 달리 글의 용도에 따라 글쓰기의 순서와 내용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작가 박찬경이 박이소 작가론에 대해 쓴 <정체성의 상태, 이주에서 혼혈까지>를 예시로 살펴본다. 이 경우, 작품에 대한 분석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라는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 언급하면서 특정 작품에 대한 1차, 2차 해석, 나아가 비평가의 주관적인 3차 해석까지 심도 있게 접근한다. 이처럼, 비평은 작가에 대한 집요하고 충실한 분석으로 호흡이 다른 글보다 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외에도, 글의 문체를 달리해서 특정 작가의 스타일에 맞게 비평에 자기 색을 드러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미술평론가 백지숙이 주재환 작가의 작품을 비평한 <이, 유쾌한씨를 보라>는 적절한 사례가 될 것이다. 기존에 평론가의 아카데믹한 글쓰기와 달리, 주재환의 가볍고 통속적인 작품의 특성을 살려 비속어를 의도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그림이 갖고 있는 이미지와 표현 대상을 문체에 녹이면서 그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으려고 그 유쾌함을 지속적으로 글 안에서 보여준다. 위의 두 글에서와 같이, 작품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작가의 스타일에 맞게 문체를 재구성하는 것은 작품론을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3. 비평의 창의성과 구체성

비평이 하나의 창작이 될 수 있는 원리에는 글의 문체와 구조 외에도 글쓰기를 실험하는 형식이 포함된다. 로잘린드 크라우스가 옥토버 6호에 기고한 미니멀리즘 작가 솔 르윗에 대한 비평글 “LeWitt in Progress”는 이에 해당한다. 본 글의 구조는 수학적 차원을 건드리는 암시로 특정 문구를 인용하는데서 시작하여 솔 르윗에 관한 전형적인 미국 비평문 3개를 언급한다. 여기에 텍스트 문단마다 사무엘 베켓의 희곡 『몰로이(Molloy)』를 인용하는데, 크라우스는 몰로이가 심리적으로 점입가경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글 안에서 제시한다. 이는 르윗의 작품, 사무엘 베켓의 희곡을 위한 드로잉 가 갖고 있는 규칙성의 파괴와 우연성의 개입 등을 비평하기 위함이다. 이처럼, 기존에 비평의 틀에서 벗어나 어느 지점까지 설득력 있게 확장 가능한지 살펴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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