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Ⅰ- 최빛나
Where do I come from? (큐레이터가 되기까지 나의 여정)
“Where do you come from”에 대한 답을 준비하면서 그간 거쳐온 한 장면과 다른 장면이 새롭게 연결되는 것을 자주 발견했다. 한참 시간이 흘러 다시 돌아보는 지금에야 그 의미심장함을 느끼게 된, 사람과 사건과 생각과의 만남들. 부드럽게 흩어지는 파도가 어느새 해안선의 모습을 바꾸어 놓는 것처럼, 그 만남들이 나를 이곳으로 천천히 밀어왔다. 한 해를 함께하게 될 동료들의 경로에도 그런 힘들이 있었다. 현재의 관심사와 활동만큼이나 다채롭던 각자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올해의 이 만남은 또 서로를 어떤 방향으로 밀고 당기는 힘이 되려나.
각자의 다른 이야기 속에는 분명 모두에게 깊숙이 작용했고, 아직도 살아 영향을 주고 있는 힘도 있었다. 예술의 “홀리는” 힘. 세계와 삶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경험하고, 이야기하도록 “끌어당기는” 이 대상과의 만남. 큐레이터는 이 만남이 자기 안에 불러일으킨 다이나믹을 지속하고 변주하여서 공명을 만드는 사람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DCW를 통해 주어질 마주침과 뒤엉킴을, 그 속에서 나와 동료들이 겪고 발견할 것들을, 어떻게 공간 속에서, 지면 위에서 잘 울리고 퍼지게 할 수 있을까. 고민과 기대가 함께 시작되었다.
— 박세진 (DCW 2026)
2012 부산비엔날레 《배움의 정원》(Garden of Learning)의 전시 감독 로저 뷔르겔(Roger M. Buergel)은 전시에 앞서 부산 시민으로 구성된 ‘배움위원회’(Learning Council)를 모집했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나는 (미술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 모임에 뛰어들었다. 꼬박 1년을 동료 시민, 작가, 큐레이터, 비엔날레 조직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전시를 만들며, 그동안 살면서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미술’이라는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14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나는 (여전히 미술이 뭔지 잘 모르지만) 전시를 만드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 중의 하나는 꽤 본질적인(그래서 쉬이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왜 나는 이 일을 하고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을까? DCW에서의 1년은 이 질문에 대한, 지금 시점에서 납득 가능한 최선의 답을 찾아가보는 여정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것이 아무리 지난하고 험난한 미로 찾기일지라도.
— 박유준(박세희) (DCW 2026)
“Where are you come from?”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때로는 국적이 되기도 하고, 도시가 되기도 하고, 좌표가 되기도 하고, 개인적 경험이나 역사, 심지어는 생물학적 분류에 대한 서술이 되기도 한다. 2026 DCW의 첫 질문으로 “큐레이터가 되기까지의 나의 여정─Where are you come from?”이라는 문장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마치 검은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 사이의 어렴풋한 관계를 읽어보려 하는 항해자, 점성술사, 혹은 불면에 시달리는 양치기가 된 기분이었다. 명확한 인과관계가 드러나는, 그러니까 ‘이런 목표를 가지고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큐레이터가 되었습니다’라고 답을 어떻게든 만들어내려다, 너무 많은 관계와 마주침이 지금까지의 여정에 존재했다는 사실만 다시금 곱씹게 되었다. 질문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점점 더 복잡한 관계의 해류에 휘말리던 내가 택한 방식은, 그저 지금 내가 바라보고 있는 복잡한 별무리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비로소 이 문장이 하와이 선주민의 인사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최빛나 큐레이터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이 질문의 윤곽을 조금씩 더듬기 시작했다. 그것은 누군가의 정체를 캐묻는 질문이 아니라, 새로 만난 이를 더 잘 이해하고자 건네는 말이라고.
그리고 함께 모두가 답을 공유하며, 서서히 우리가 지금 함께 서 있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찾아나갔다. 각자의 방식은 달랐지만, 모두 자신을 어떤 존재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보다는 자신의 유동적인 변화 과정 중 어디에서 우리가 만났는지를 공유하고 설명했다. 지금의 자신을 상류에서 중류로 모여드는 강의 한 지점으로 설명한 세진님, 그리고 학창 시절의 결정적 사건에서 출발해 지금의 연구로 이어지는 흐름을 들려준 유준님, 마지막으로 나를 이루는 여러 정의(혹은 오류)들을 두서없는 도표로 그려본 나. 서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나 역시 이들의 현재를 스치며 흐르고 있다는 감각이 선명해졌다. 전시를 만들며 수없이 반복해온 마주침과 관계가 결국 전시 자체를, 그리고 전시에 얽힌 이들을 변화시켜 왔듯이, 이 모임 또한 그러한 흐름 위에 놓여 있을 것이다.
— 오현경 (DCW 2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