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Ⅴ - 정모건
필드레코딩에서 수합된 사운드를 정모건 작가가 편집한 음원입니다.

사운드에 포함된 것: 마이크를 덮은 윈드실드를 매만지는 소리, 서로의 마이크에 속삭이는 소리, 가을 새벽을 깨우는 새소리, 양재천의 물소리, 물가에 자라난 갈대가 스치는 소리, 바람 소리, 맹꽁이 소리, 인도와 차도 중간의 부산스러운 도시의 소리, 바깥의 소리.
– 한문희 (DCW 2025)
여명도 오지 않은 아주 이른 새벽. 자연의 생명들이 잠에서 깨어나 가장 활기찬 소리를 내는 시간. 스튜디오 - 양재천으로 이어지는 필드레코딩 워크숍이 시작되었다.
모건 님이 준비해 주신 속성 이론 수업의 유용한 정보들을 뒤로하고 기억나는 건, 세탁소 옷걸이를 활용해 요상지게 완성한 DIY 필드레코딩 키트와 보송보송한 털옷(윈드쉴드/윈드스크린/데드캣 등으로 불린다) 같은 것이다. 그 보송보송한 털을 언젠가 꼭 만나 보고 싶었는데, 딱딱한 기계 장치에 양말마냥 쏘옥 씌워주니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꼭 반려동물 같았다.
필드레코딩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익숙한 bgm과 성우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졸졸 흐르는 물소리나 구수한 민요 가락이 흘러나오던 라디오 채널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거나,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갈대밭에서 보송보송한 털 달린 장비들을 군데군데 두고 바람 소리를 녹음하던 장면과 같은 것···. 그 소리들을 찾기 위해, 굽이굽이 산과 들, 강과 바다를 넘나드는 수고로움이 무용하고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자연의 소리를 마주하려면 자연 속에 나를 두어야 한다. 들려오는 소리를 알아차리고, 소리의 출처를 찾아가며 몸의 움직임을 자연의 모양새에 맞추어야 한다. 냇물 소리를 듣기 위해 질척한 물가로 다가가 아슬아슬한 자세로 수중 마이크를 넣어보고, 풀벌레 소리를 듣기 위해 쪼그려 앉아보고,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가 좋아 일부러 둘러 걸어보고, 고가 밑에서 들리는 차 소리와 까마귀 소리, 자전거의 페달 굴리는 소리, 러닝하는 사람들의 발소리에도 마이크를 들이대며…. 그렇게 자연 속에 내 몸을 자리시키고 그 생태에 나를 맞추는(tuning) 수고로움과 기쁨을 알아가는 것. 필드레코딩의 진정한 묘미가 아닐까.
넓적한 바위에 납작도 붙은 민달팽이 한 마리를 보았다. 점액 때문인지, 그의 궤적에는 그림자 같은 흔적이 남았는데, 그 움직임에 매료되어 한참이나 관찰했다. 맨귀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해도, 느릿느릿 꾸준한 움직임의 소리를 남기는 민달팽이. 평소라면 무심코 지나치고 말았을 이 소리를 알아차릴 수 있었음에 감사를.
– 전지희 (DCW 2025)






사진: 이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