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Ⅵ - AS
세미나 Ⅵ - AS
큐레이터는 과연 전시만을 만드는 사람일까? 작품을 경유하지 않고 전시를 만드는 일은 어떤 절차들을 수반할까? 이와 같은 질문을 가지고 진행된 AS와의 세미나는 AS가 지속해 오고 있는 스터디 주제를 바탕으로 리서치가 전시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전시장 안에서 관객이 무엇을 보게 될지 고민하는 일의 즐거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나아가 AS의 큰 주제인 동남(남동)아시아의 미술과 우리 미술의 교차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 김여명
이번 세미나는 리서치를 토대로 전시를 만드는 일이 큐레토리얼 실천의 일부가 될 수 있는가 혹은 그것은 작가 중심으로 구성된 전시 사례 중 하나인가에 관한 구분으로서 유효했다. 그런 면에서 세미나를 통해 살펴본 AS의 사례는 전시 ‘만들기’보다 전시 ‘구성하기’의 입장에서 시작된 태도로 읽혔고, 작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아니라, 연구 과정을 다루는 연구자-작가로서의 시도였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남동아시아라는 키워드로 기존의 아시아성 개념을 점검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연구의 ‘과정’에 집중하며, 그 안에서 AS가 선택하고 길어 올린 가치를 가시화하는 방식이 작업의 구심점이 되는 것 같았다. 여기서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를 작품으로 삼고 전시로 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에 관한 것이다. 이는 리서치 작업 자체가 동시대 미술의 맥락에서 갖출 수 있는 영향력으로도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리서치가 대대적인 주제가 되는 전시에서 어떤 형식으로 연구와 과정의 중요성을 시각화 할 수 있을까? 이를 단순히 정보 전달이 아닌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발생하고, 각자의 머릿속에서 또 다른 상상의 깊이를 파낼 만한 효과적인 구성은 무엇일까? 지금 내 나름의 답을 내려보자면, 연구 과정에서 리서치가 휘발시킨 것만큼 전시 구성에서 리서치 안에서 휘발될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내는 방식에 호기심이 생긴다.
- 김진주
리서치 및 큐레토리얼 콜렉티브인 AS(문혜인, 조현아)는 리서치를 통한 전시 만들기의 사례로, 2024년 5월 기획한 전시 《남동아시아 오역하기》의 과정을 공유하고자 초대되었다. 해당 전시에는 1년여의 시간 동안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사 스터디를 통해 두 사람이 함께 선별, 번역, 연구한 여러 편의 텍스트들, 그리고 텍스트에 기반해 정리한 정보를 시각화한 자료(연표)가 함께 보여졌다. 전시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AS는 타자로서 대상에 접근할 때 필요한 ‘오역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태도로 리서치에 임한다. 이러한 태도는 식민과 근대화의 역사에 근간한 언어, 기술 등을 둘러싼 문제(예를 들면, 영어가 지배적 위상을 지니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제한적 접근성)를 인지하고 있음에서 비롯된다. 또한 전시 종료 이후에도 관심이 있는 연구자, 예술가, 기획자 등이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웹사이트에 자료를 오픈소스로 공유하고 있는데, 이는 해당 주제에 관심이 있는 보다 많은 연구자를 초대하는 형식을 취하는 듯 보였다. 전시가 리서치의 완결된 형태로서 의미를 가진다고 하기 보다 과정을 공유하는 형태에 가까웠다는 점, 그리고 두 사람이 보다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동남아시아 연구를 수행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두 사람의 유연하고 수용적이며 열린 태도가 일관적으로 드러난다. 한편 리서치가 큐레토리얼 실천에 포함되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임은 자명하나, 궁극적으로 시각예술 작품을 통해 미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 큐레이팅이라 볼 때, 리서치를 보여주는 전시도 큐레이팅이라 볼 수 있는가? 에디토리얼과 큐레토리얼 실천은 자료의 수집, 선별, 분류, 편집 등과 전시를 통한 미적 경험의 구현이라는 차원에서 구분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워크숍 말미에 남기기도 했다.
- 신재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