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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VI - 김재리

2023.12.16

세미나 6 – 김재리(안무비평가)

 

 

 

김재리는 퍼포먼스의 의미와 위상의 관점에서, 기획자의 역할과 실천에 관해 이야기했다. 퍼포먼스에서의 몸들은 서로 뭉쳐졌다 흩어지며 작품의 고정된 테두리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퍼포먼스는 불안정하고 느슨하다. 포착되지 않고 계속 흔들리기에 그 의미를 오롯이 결정할 수 없는 조형 언어다. 또한 퍼포먼스의 위상은 줄곧 미술관 주변부에 위치해 왔다. 이 지점에서 퍼포먼스가 지닌 미학적 정치성은 가장자리로 밀려난 부산물을 거두는 행동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므로 퍼포먼스의 속성이 투영된 큐레토리얼이란 특정한 시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재구성되는 관계와 의미를 존중하는 태도이자 가장 무르고 약한 부분에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다.

- 유승아 (DCW 2023)

 


 

김재리 안무비평가와의 시간은 ‘퍼포먼스의 미시 정치(Micro-Politics)’를 주제로, 미술의 장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퍼포먼스 사례들, 퍼포먼스를 둘러싼 개념어들을 풀어 읽어보는 형태로 구성되었다. 퍼포먼스에 깃든 특징의 하나로 주변부를 둘러싸는, 우회하며 포섭하는 힘이 가진 잠재적 정치성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는다. 마이너한 제스처, 곧 전체 언어를 균열시키고 무화시키는 순간의 몸짓, 움직임의 속도를 극도로 늦춤으로써 오히려 속도를 느끼게 하는 과정, 통제 밖으로 불시에 발현되는 경련 같은 움직임과 표정을 가진 퍼포먼스에서의 ‘제스처’가 가진 의미와 힘을 곱씹어 보게 된다. 그 사례의 하나로 스티브 팩스톤(Steve Paxton)의 <small dance>는 자신의 몸을 멈춤에 가깝게 더디, 느리게 움직이며 주변과 풍경을 인지하게 만든다. 자신이 쓸 수 있는, 가진 힘을 절제하며 통제와 군림의 형태가 아니라 아우르고 동화되며 만드는 장면은 통제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통일, 조화의 순간을 형성한다. 김재리 평론가가 이야기한 좋은 퍼포먼스가 가진 정치적 힘, 미시 정치는 이 부분과 연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이상엽 (DCW 2023)

 

 

 

움직임 연출자, 리서처, 안무가, 드라마투르기 등 김재리 선생님과 함께 하는 단어는 꽤 많다.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어쩌면 그들은 모호하고 연결되어 있으며, 동시에 조금씩 다르게 작용하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작년 두 번의 퍼포먼스와 그 무대를 전시로 전환한 프로젝트 <a fist is a fist is a fist>를 기획하며, 거의 모든 미술관에서 행해지는 ‘퍼포먼스', ‘컨템포러리 댄스' 그리고 춤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거듭했던 날이 있었다. 작년 5월경 처음으로 김재리 선생님을 뵙고 약 3시간 반 동안 안무와 기술의 교차, 흡수 등에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는 기획전 <느리고 빠른 이식 A Deliberate and Rapid Transplant>의 퍼포먼스 기반 작업을 계획하는데 주요한 질료가 되었다.

이번 워크샵에서는 70년대부터 미술로 도입된 춤과 퍼포먼스, 안무의 미시 정치적 Micro-Politics, 문화정치적인 면면을 탐구하며, 퍼포먼스의 초기 담론인 신체성, 주체성, 수행성이 동시대의 다종다양한 문제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어떠한 정치가 드러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70년대에서 동시대에 이르는 미술관 내부로 침투한 퍼포먼스들은 작업의 주석과 같이 ‘덧붙임' 혹은 ‘주변부를 맴도는 움직임’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워크샵에서 공유한 사례 중 1990년대를 지나며 미술관의 공간과 시간-행위의 교차성을 정동적으로 해석한 퍼포먼스들을 만났다. 그럼에도 내가 가장 최근 관람한 뮤지엄 연계 퍼포먼스는 특정 포징 Posing을 취하며 정지한 신체들을 전시했고 이는 일종의 신체를 물질적 도구로서 선언하는 듯했다. 포스트 휴먼, 포스트 휴머니즘, 포스트 댄스와 같이 동시대 예술에서 유행과 같이 퍼진 단어를 쓰기 이전에 지켜야 할 무용수, 기획자, 안무가의 수평성과 타자가 되어보는 수행성이 강조되어야 함을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 이지언(DCW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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