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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Ⅳ - 김신재

2023.08.26

세미나 4 –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

 

 

 

곱씹을수록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와의 대화가 그렇게 느껴졌다. 그가 큐레이터라는 직함 앞에, 제작의 관리를 책임지는 프로듀서라는 역할을 덧댄 이유는, 기획자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작업 과정에 동행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협업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진의 감정, 계약과 크레딧의 문제 등 기획자가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측면에 관한 고민을 나누며, 실뜨기와 같은 ‘함께-만들기’를 지속할 수 있는 방식과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그는 특정한 전시 안에서만 작동하지 않는, 작품의 독자적인 생애주기를 만드는 데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단 하나의 전시, 작품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으로부터 비롯된 과정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가 추구하는 지점은 특정한 목적의 달성이거나 창작자의 언어를 생성하기 위한 기획과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협업한 프로젝트와 프로덕션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 유승아 (DCW 2023)

 

 

흐름을 읽어주고, 작업과 그 과정 속에 동행하는 사람.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는 작가들의 작업 제작에 참여하며 프로듀서로서 자신에게 주어졌던 역할/위치를 이와 같이 설명했다. 작품에 생애주기가 있다면, 프로듀서는 그 시작을 함께하고 작품 제작의 완성을 끝으로 여기지 않고, 만들어진 작품이 알맞은 시기와 자리에서 잘 보여질 수 있도록 돕는, 이를테면 유통과 펀딩의 영역까지도 아우르며 작품이 나아가는 길을 닦는 사람이다.

한편 작품 제작에 따른 프로듀서의 책임과 관여가 큰 데 비해 그 보상 구조가 희미한 환경은 일하는 동력, 새로운 인물들의 유입에 한계로 작동하기도 한다. ‘배움이라는 과정이 동시에 손상이기도 하다’는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의 경험 속 많은 함의가 내포된 이 표현은 비단 프로듀서의 영역 뿐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경험을 견주어 보도록 했다. 그가 말하는 충돌, 혼선, 불확실, 손상의 과정을 완충해 줄 수 있는 신뢰 쌓기는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단어로 여겨진다.

그렇다면 신뢰는 어디에서 발생하고 어떻게 지속 가능할까?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언제나 많은 것들과 함께 된다는 것”이라는 해러웨이(Donna J. Haraway)의 귀한 문장을 떠올려 본다. 어쩌면 신뢰는 내가 만든 하나가 아닌, 우리가 함께 만든 하나라고 느끼는 매순간 발생하지 않을까? 

- 이상엽 (DCW2023)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와의 첫 인연은 2022부산비엔날레에서 출품한 김익현 작가의 영상(혹은 연속된 사진의 집합) <빛 속으로 Into the Light>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나는 부산항 제1부두라는 전시 공간을 담당하고 있었고,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는 해당 작업의 ‘개입자'라는 독특한 포지션으로 해당 작품을 통해 어렴풋이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다음 신의 클라이막스》(2014), 《시간의 빗장이 어긋나다》(2016), 《재난과 치유》(2021) 위성 프로젝트 '반향하는 동사들' 등 그가 경험해 온 넓은 범위의 예술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기획자'라는 일종의 상태가 소화해야 하는 일과 협력에서의 공유의 스펙트럼에 대해 세심하게 고민해 볼 수 있었다. 특히, 작가의 신작에서 ‘프로듀서’라는 미술계에서는 다소 어색한 임무로 접근했을 때 발생하는 태스크task의 경계와 동반자성에 대한 문제도 나누며, 동시에 ‘프로듀서’의 필요성을 느끼는 작가들이 늘어나면서 작업의 독자적인 생애를 구축해 주는 누군가의 중요성을 체화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김신재 프로듀서/큐레이터의 대화 중에서 기억에 남는 문장은 “슬라임처럼 빈 곳을 채워주고 싶다. 펼쳐지는 것을 관찰하는 사람으로 장기적인 호흡을 가지고 함께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다.”라는 다짐 혹은 고백이었다.

- 이지언 (DCW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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