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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세미나 IV - 이성휘

2022.09.24

큐레이터의 글쓰기

 

 

문장을 쓰고 글을 짓는 일(뿐만아니라 모든 짓기 혹은 만들기의 실천)은 매번 새로운 두려움을 동반하는 ‘대면하기’를 반복적으로 연습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애써 눌러 적은, 이미 뱉어낸 말들을 다시 읽어가며 다듬어 고친다는 것은 눈을 질끈 감아버리고 싶은 충동과 대면하며 단어의 마디와 자락을 붙잡고 늘어지는 과정일 것이다. 멀찍이서 혹은 한 걸음 물러나서 두고 온 것과 남은 것을 바라보고 기록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항상 습관처럼 실천하기를 요원하는 일이다. 어떠한 맺음을 지날 때에는 사후에 이루어지는, 너머의 과정을 퇴고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할 것이다.

 

– 이미지 (DCW 2022)

 

 

시각예술 작가가 끊임없이 시각언어로 창작하듯, 미술 곁에 머물며 기획하거나 비평하는 사람은 언어로써 자신이 본 것, 느낀 것, 말하고 싶은 것을 잘 표현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감을 느낀다. 우리가 특정 대상이나 주제에 주목해 기획한 전시가 물리적으로 감각될 때 동시에 생산된 글은 제3자에게 해석해야 할 대상이 된다. 물론 전시 서문, 비평, 리뷰는 목적과 쓰임이 다소 다르지만 글은 결국 해석이 요구되는 알레고리적 행위라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형식의 글을 생산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입장에서 목적에 맞는 글쓰기를 위한 준비과정과 지향해야 하는 지점에 대한 견해를 나눈 시간이었다. 앞으로 애정을 갖고 성실한 글쓰기를 수행해 보겠다.

 

– 이민아 (DCW 2022)

 

 

미술에서 서문, 리뷰, 비평, 기사 등 글이 다양한 형식으로 생산된다. 지금 미술에서 오롯이 하나의 이름만 가진 사람을 점점 더 찾기 어려워지고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기획자, 작가, 비평가 사이를 오가는 까닭이다. 비평적 글쓰기를 고민하는 동시에 전시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글의 형식과 글 쓰는 사람의 태도에 관해 생각해보게 됐다. 기획자로서 쓰는 글과 비평가로서 쓰는 글의 차이에 관해서. 어쩌면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비평과 기획이라는 단어가 구분되는 것처럼, 비평가와 기획자의 글쓰기도 구별해 볼 수 있다. 역사/이론적 토대 위에서 하나의 작품/전시과 거리를 둔 채 그 위상을 밝히는 일, 혹은 그 대상을 매개로 당대의 풍경을 발견하는 것이 비평가의 글쓰기라면, 기획자의 글은 보다 대상과 밀착해 모종의 형식과 규칙을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게 되는 것 같다. 물론 모든 글쓰기는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작품/대상을 오래 들여다보는 다정한 태도를 요구한다. 그러나 미술에 관한 글을 쓰는 사람은 미술의 다양한 형식만큼 글의 여러 가지 성격을 이해하고 이에 따른 복잡한 갈래의 글쓰기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 이민주 (DC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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