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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창작자 지원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세미나 VI - 이성휘, 장혜정

2021.08.07

한계 속에서 실험하기 

 

홍예지 (DCW 2021)
 

1. 기업 미술관 전시의 특수성과 개인으로서의 큐레이팅 – 이성휘 하이트컬렉션 큐레이터

 

하이트컬렉션은 하이트문화재단(비영리 공익재단)이 주최하고 하이트진로㈜가 후원하는 방식으로 자체 전시를 선보여왔다. 하이트문화재단은 2010년에 권진규 조각 작품들과 서도호의 설치 작품인 <인과>를 대중에 공개하면서 하이트컬렉션을 개관했다. 개관전은 소장품 위주로 구성된 전시였으나, 이후 전시들은 기획전 형식으로, 최근에는 젊은 작가전, 회화전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이성휘 큐레이터는 2012년부터 하이트컬렉션에 재직하면서 <두렵지만 황홀한>(2015), <트윈 픽스>(2016), <나, 그리고 그밖의 것들>(2020), <인 블룸>(2021) 등의 전시를 기획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주로 하이트컬렉션의 메인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작가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살펴봤다. 젊은 작가전은 추천제로 운영되는데,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기성 작가들을 추천인으로 초빙하여, 주목할 만한 신진 작가들을 후보에 올리는 방식으로 참여 작가를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이성휘 큐레이터는 신뢰할 만한 추천인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가 서로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초점을 맞춰 기획의 방향을 잡는다. 이런 방식으로 꾸준히 전시를 진행해왔고, 점차 젋은 작가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다. 한편, 이성휘 큐레이터는 기업 미술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가 맞닥뜨리는 현실적인 이슈를 공유하기도 했다. 회사는 전통적인 회화 장르를 확실히 선호하고, 여건상 설치가 용이한 매체를 중심으로 전시가 기획되기를 바란다. 다른 한편, 전문가로서 큐레이터는 자신의 기획력을 입증할 수 있는 전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고, 또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즉, 기업의 성향과 대외적인 이미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항상 어느 정도 타협이 된 전시를 만드는 상황에 놓인다. 이성휘 큐레이터는 이 제한적인 여건 속에서도 설득력 있는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의 비결은 회화에 집중하면서도, 하이트컬렉션을 찾아오는 작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현장에서 제기되는 고민을 시의적절하게 전시로 풀어내는 것이다. 또한 단체전의 경우, 기성 작가와 젊은 작가가 함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한국미술의 한 경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해왔다. 이밖에 큐레이터 개인으로서 실험하고 싶은 아이디어는 <최윤: 오늘의 모양>(2015)과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로 실현했다.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미술사라는 거대 담론을 다루기보다는, “개인적 신화들”(하럴드 제만), 즉 작가나 기획자 개인의 서사에 주목하는 전시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2. 수단과 목적 사이를 오가는 (독립) 기획자의 기획 – 장혜정 두산갤러리 큐레이터 

 

장혜정 큐레이터는 국립현대미술관 코디네이터,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를 거쳐 독립 기획자로 활동하다가 최근 두산갤러리에 입사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주로 독립 기획자로서 활동했던 사례를 다뤘는데, 나 자신, 동료, 그 밖의 이해관계자를 균형 있게 고려하며 기획 일을 지속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다. 특히 기획자 공동 운영 플랫폼 ‘WESS’를 운영하면서 경험한 이슈들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장혜정 큐레이터는 WESS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문제를 조금은 가벼운 제스처로 풀 수 있는’ 전시 및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앞으로도 특정 기관에 소속돼 있다면 실행하기 어려울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지향점을 공유하는 동료 기획자들과 느슨한 연대를 이루는 한편,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기획의 내용 면에서는 ‘기획자로서 스스로 얼마나 확신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고, 외부에서 제안이 올 때에는 상대방과 협업함으로써 윈윈할 수 있는 프로젝트인지 검토한다. 예를 들어, 최근 WESS에서 열린 기획전 《We’re all sick and in love》에서는 코로나가 불러온 제약을 직시하면서 작가와 기획자가 함께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줬다. 또, 덕수궁에서 진행된 《토끼 방향 오브젝트》(2020)의 경우, 아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을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사례인데, 관객의 특성과 문화재 관련 이슈를 세심하게 고려하면서도, 기획자가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충분히 풀어낸 전시였다. 한편, 그는 특정 분야나 키워드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나다움’을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쌓아왔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그때그때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만들어온 전시의 궤적에서 기획자의 개성이 자연스레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휘, 장혜정 큐레이터의 케이스 스터디로 진행된 이번 세미나에서는, 서로 다른 조직 형태와 여건 속에서 어떻게 주체적으로 큐레이팅을 해 나갈 수 있는지 살펴봤다. 아무런 제약 없는 상황이란 사실상 존재하지 않고, 기획자는 언제나 주어진 조건 속에서 ‘가능한 한’ 자유롭게 전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이때의 자유는 사실상 ‘자율’에 가까워진다. 기획자는 중재자이자 매개자로서 여러 이해관계자의 상황을 조율하면서도, 전시를 통해 공유하려는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끝까지 밀고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으려면 어떤 기준점들이 마련되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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