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I - 안소현
2020년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첫 번째 세미나에서는 아트스페이스 풀 디렉터 안소현이 미술관 큐레이터, 독립기획자, 대안공간 디렉터로서 기획했던 전시들의 개별 사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경험에 기초한 강의를 통해 워크샵 참가자들은 전시장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았던 기획 과정에서의 현실적 문제, 추구하고자 한 전시공학적 의미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안소현은 전시 매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문화적 이슈와 미술의 정치성에 대해 질문을 던져왔다. 일례로 최근 전시 중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념전 《바다는 가라앉지 않는다》(2019)는 ‘순례길’과 같은 동선으로 추모의 의미를 되새기는 전시였다. 이전 기획 중 지속적으로 재소환되는 전시 《퇴폐미술전》(2016)에서는 주제적/표현적 측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을 초대하였고, 해당 작업을 비난하는 텍스트와 병치함으로써 사회 내부의 편견을 역설적으로 가시화시켰다.
한편, 《백남준 온 스테이지》(2014), 《X 사운드: 존 케이지와 백남준 이후》(2012)와 같은 백남준아트센터 전시에서는 아키비스트, 공간 관리팀 등 미술관 구성원들과 유연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기관 큐레이터의 역할을 보여주었다. 특정 작가 중심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기관의 필연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그는 색, 벽, 조명 등 전시 디스플레이의 변주를 비롯하여 전형성을 뒤집는 전략을 통해 전시에 또 다른 레이어를 덧씌우기도 하였다.
전반적으로 사회 흐름에 명민하게 반응하며 전시를 일종의 제스처로 끌어올리는 안소현 디렉터의 기획 과정이 인상 깊었다. 독립 큐레이터와 기관 큐레이터가 기획 과정에서 당면하게 되는 전시의 제반 조건이 다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기획자로서 취하게 되는 지향점이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서로 맞닿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이와 관련하여, 워크샵 참여자들은 ‘행동하는 창작자’로서 큐레이터가 지니는 역할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