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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김은성
DAC Artists Info

2010  대산창작기금 수혜  「연변엄마」
2006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동라사」
2012  「로풍찬 유랑극장」, 「뻘, 「목란언니」 작
2011  「달나라연속극」, 「찌질이 신파극」 작
2010  「연변엄마」, 「순우삼촌」 작
2007  「죽도록 죽도록」 작
2006  「시동라사」 작 
 


근래의 왕성한 활동으로 자기 존재감이 뚜렷한 김은성은 순수 창작물도 발표했지만, 최근 몇 년 간 수 많은 ‘원전의 한국적 재구성’ 작품을 잇달아 발표해왔다. 그의 작품 창작의 원동력은 탄탄한 구성을 가진 위대한 극작가의 이야기 구성 및 인물설정을 수용하여 작가만이 바라보는 동시대의 문제의식과 연극 근원에 관한 질문을 우리에게 끊임없이 던지고 있다. 김은성은 고전 원작으로부터 시작하여 자본주의사회의 문제점을 비판적 사실주의로 주제의식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기대되는 작가이다. 김은성은 무엇보다 시대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건강하고 진실하다.
 

심사평

제3회 두산 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는 희곡작가 김은성씨다.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당선작 「시동라사」로 등단한 김은성은 2010년 「순우 삼촌」을 무대화한 이래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최근 1~2년 간 그의 극작 활동에는 엄청난 활력이 있다. 지난해에는 「찌질이 신파극」, 「연변엄마」, 「1911 육혈포 강도」를 발표했고 올해 들어 벌써 「달나라 연속극」(그가 이끄는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창단공연), 「목란언니」, 「뻘」을 공연했다. 10월에는 「로풍찬 유랑극장」이 개막될 예정이다.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평가를 별개로 하더라도 1년에 3~4편의 작품을 잇달아 쓰고 무대화까지 이루어낸 그의 활동에서 차세대 연극예술가로서 잠재력을 읽을 수 있으며 앞으로 그의 활동에 대해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은성의 작품에는 우리 사회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힘겹게 살아가는 밑바닥 인생들이 그려져 있다. 작가로서 김은성의 이름을 널리 알린 「시동라사」에서 재봉사 임공우는 빠르게 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적응 못하고 뒤처지는 궁색한 사람이다. 「죽도록 죽도록」(2007)이나 「찌질이 신파극」, 「달나라 연속극」의 등장인물들도 사회 속에서 낙오한 인물들이다. 최근 그는 정치/사회/이념적으로 민감한 사건이나 사안들을 작품의 배경으로 삽입하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연변엄마」를 통해 조선족 이주 근로자의 문제를, 「목란언니」로 탈북자 문제를 다루었고 「뻘」을 통해서는 광주민주화항쟁의 아픔을 다루었다. 곧 무대화하는 「로풍찬 유랑극장」에서는 좌우대립과 전쟁의 광기를 펼쳐 보인다.

이 작품들에는 연극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작가의 인식이 깊게 깔려 있다. 젊은 작가로서 그는 소재의 사회적 확대를 통해 우리 연극의 인식 지평을 넓히는데 기여해왔다. 그는 우리 사회에 공존하는 다양한 경계인들과 역사적 문제들에 대해 관심을 확장하고 그것을 정공법으로 공략하여 희곡을 완성한다. 우리는 이런 극작 태도가 오늘을 사는 한국의 작가로서 원숙한 경지로 도약하기 위한 튼튼한 디딤돌이 되리라 생각한다. 어떤 소재를 다루든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서려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한 일이다. 다만 그가 자신의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등장인물의 비루함이나 삶의 남루함을 과장하는 느낌을 주는 것은 아쉽다. 사회 문제의 전형을 표현하기 위해 그가 창조한 인물들이 거칠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도 성숙한 극작술로 나아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점이라 생각된다.

김은성은 습작 과정에서 서양 고전 작품들의 한국적 각색 작업을 꾸준히 했다. 우리에게 발표된 것으로는 안톤 체호프의 「바냐아저씨」와 「갈매기」를 번안한 「순우 삼촌」과  「뻘」, 테네시 윌리엄스의 「유리동물원」을 개작한 「달나라 연속극」등이 있으며 「로풍찬 유랑극장」 역시 류보미르 시모비치의 「쇼팔로비치 유랑극단」을 번안한 것이다. 젊은 작가의 이력으로서는 독특하다 할 수 있는 이 일련의 작업들은 작가로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훈련 과정이라 생각된다. 김은성은 원작의 구성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차용하면서 이야기를 한국 사회 깊숙이 끌고 들어와 한국사회와 역사를 재조명하는 작품으로 바꿔내었다. 예를 들어 「뻘」에서는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을 연상케 하는 이야기 공간과 진한 사투리 대사가 「갈매기」를 잊게 만든다. 많은 경우 한국 극작가들은 작품의 논리적 구축과 구조화 면에서 약점을 보여준다. 김은성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의 모방과 재창작은 작가의 성장과정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생각된다. 희곡을 쓰는 사람에게 재능은 인물의 생각이나 내면을 표현하는데 적확한 말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김은성은 말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작가다. 그의 언어는 희곡을 읽을 때보다 무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연극에서 진짜 언어는 무대에서 빛을 발하는 언어다. 김은성의 연극이 허망하지 않은 이유는 평범한 인물들이 삶 속에서 묵혔다가 불현듯 뱉어내는 진심 어린 말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념의 언어가 아닌 진짜 말을 쓸 줄 아는 작가가 드문 현실이기에 작가로서 김은성은 더욱 더 소중하다. 아직은 젊으므로 세상과 인간에 대한 시각이 성기고 감상적인 데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가진 열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여 폭넓은 사회의 스펙트럼을 수용하는 도량 있는 작가가 되리라 믿는다.

 

_ 강일중 노이정 이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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