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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이경성
DAC Artists Info

수상

2010 제 47회 동아연극상 새개념연극상

2009 춘천마임축제 도깨비 어워드

 

작품

2014 연극 「남산 도큐멘타 : 연극의 연습-극장편」,  「25시-나으 시대에 고함」,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작·구성

2013 연극 「서울연습-모델, 하우스」, 「연극의 연습-인물 편」 작·구성·연출

2011 연극 「강남의 역사-우리들의 스펙태클 대서사시」, 「24시-밤의 제전> 연출

2010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 구성·연출

2009 연극 「움직이는 전시회」 작·구성·연출

2008 연극 「더 드림 오브 산쵸」 작·구성·연출

 

 

 

심사평

이경성은 지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다양한 무대언어를 통해 감각적으로 전하는 능력이 뛰어난 연출가이다. 그는 연극의 장르 관습을 넘어서는 탈장르적, 복합매체적 실험을 하는데, 텍스트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정확한 문제의식 하에 미디어, 설치미술, 퍼포먼스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메시지의 공감각적 전달력을 극대화한다.

그만큼 필요할 경우 극장의 경계를 허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연출가도 드물다. 그의 작업은 종종 극장이 아닌 횡단보도, 광장, 건물, 가정집, 호텔의 어느 방 등 일상적인 삶의 공간에서 진행된다. 그의 작업은 실재하는 공간을 통해 삶의 특정한 시간을 다시 체험케 함으로써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을 되짚어 보게 만든다. 이럴 때 그의 작업은 연극이라는 허구성을 삶의 실재성으로 바꾸며 삶과 연극의 경계를 허문다. 실험극의 형식임에도 대중들에게도 흥미롭고 친숙하게 다가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시적이기도 하다.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은 사유,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 무엇보다도 인간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신뢰는 그의 작품세계가 갖는 큰 장점이다.

그와 그의 극단 크리에이티브 바키는, 소위 실험적 그룹들이 자주 드러내는 한계인 표피적 감각성, 허술한 구성, 설익은 아이디어, 과잉된 주제의식 등을 성실함과 진지함으로 조금씩 극복해 나가면서 성장해 왔다. 우리 공연예술계에도 최근 들어 리서치 기반 공연이 부쩍 증가했지만 이경성의 공연만큼 시대의 징후를 명확하게 포착하여 우리의 삶과 사회의 실체를 드러나게 만드는 작품은 드물다. 이경성의 작업이 여타의 실험적 작업들과 달리 우리 시대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담아내고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것은, 그의 문제제기가 추상적이고 표피적인 인문사회학적 테제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작업은 구체적인 일상과 공동체,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벌어지는 공간에 항상 밀착되어 있다. 그들은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배우, 스태프 모두가 그곳에 물리적으로 머무르면서 장소를 호흡하고 장기간의 연구를 한다.

실례로, 올해 3월 남산드라마센터와 그 일원에서 공연한 「남산 도큐멘타: 연극의 연습 - 극장 편」은 그의 작업 특징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배우들과 모든 작업자들은 오랜 기간 남산, 중앙정보부, 드라마센터에 대한 신문기사와 관련 문헌을 뒤지면서 자료 조사를 했고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이들과 광범위한 인터뷰를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함께 토론하면서 장면을 만들고 작품의 구조를 세웠다. 이런 작업 과정에서 그가 연출가로서 돋보이는 점 중 하나는 자신의 시선을 배우나 스태프들에게 강요하거나 고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작품은 모두 공동창작이다. 그는 참여자들 간의 협업을 통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조율사로서의 역할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산 도큐멘타:연극의 연습-극장 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작업은 계속성과 일관성을 갖고 있다. 「남산 도큐멘타」의 경우 「연극의 연습 - 인물 편」 (변방연극제, 2013), 「서울연습-모델, 하우스」(두산아트센터, 2013)에 이은 일종의 ‘연습’ 시리즈물이다. 그에 앞서 2011년 선보인 「24시-밤의 제전」 역시 2010년도 봄 광화문 일대에서 펼쳐 보인 「도시이동연구 혹은 연극 당신의 소파를 옮겨드립니다」의 후속 편 격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작품 하나하나가 그저 단발로 끝나지 않고 지속성을 지니고 문제의식을 심화해 나간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 지점으로, 그의 작업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응시와 깊은 사색의 결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일들에 날카로운 시선을 던지면서 극장의 역할과 연극의 역할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연출가이다.

칸토르의 말처럼 아방가르드는 낙천주의자이다. 인간의 진보를 믿기 때문이다. 이경성은 인간을 긍정하고 신뢰하는 연출가다. 그리고 그것은 진정한 아방가르드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물론 그에게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주제의식과 표현요소 간의 괴리, 구성의 느슨함, 직접적이고 거친 표현, 미학적 완결성보다는 우연성과 해석에 의존하는 경향 등은 그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사유의 끈을 놓지 않는 그의 태도는 이러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가면서 앞으로 예술가로서 더 큰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만든다.

 

_ 강일중, 이병훈, 이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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