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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연강예술상

창작자 지원두산연강예술상
이재이
DAC Artists Info

2009  Skowhegan School of Painting and Sculpture, 미국
2003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석사, 시카고, 미국
2001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졸업, 시카고, 미국


2010  And the Ship Sails on, 카이스 갤러리, 서울, 한국
          A Time Too Late, a Time Too Early, 스테판스토야노브 갤러리, 뉴욕, 미국
          하드보드 스카이, Corridor Gallery, 부룩클린, 미국
2009  Now You See It, Now You Don’t, KCCLA, 로스앤젤레스, 미국
2007  지상의 모든 애인들이 한꺼번에 전화할 때, 팩토리, 서울, 한국
          Le vierge, le vivace et le bel aujoud’hui, 가나 보부르, 파리, 프랑스
2004  Video Landscape: Real Fake, 시카고 컬처럴센터, 시카고, 미국

 

 

이재이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얼핏 보기에 허술해 보일 정도로 사소하고 단순하지만 인간의 몸, 그 자체가 담백하게 드러나면서 불러 일으키는 감동이 존재하며, 동시에 꼬이지 않은 솔직한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탄탄한 예술성과 더불어 어느 정도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그녀가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성장해주리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심사평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압축되고 공고화된 것들은 대개 두 가지 양상으로 나타난다. 이질적인 것들이 새로운 존재성을 드러내면서 완전한 하나가 되거나 여전히 분리되어 있는 요소들을 극복하지 못한 채 기괴한 모습으로 굳혀지거나. 이번에 심사하게 된 세 명 작가의 경우, 확실히 전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듯하다. 아마도 저마다의 시간을 버텨내며 분리된 요소들을 용해하고, 분해하여 다시 하나로 만드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이유일 것이다. 박주연의 경우, 이전 작업들에서 제도와 개인의 관계, 사회적 유대관계 등을 다룬 바 있다. 그녀는 거대한 세상 앞에 서 있는 개인 혹은 개별적 존재가 그 세상이 부여한 틀 앞에서 지니게 되는 요소들을 함축적인 오브제를 통해 보여주었다. 작가 박주연은 부조리한 상황과 소통을 각종 문화적 대상들을 이용해 표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그녀가 내뱉는 말들은 부조리에서 시작하지만, 부조리를 극복하며 결말을 맺고 있으며, 그 뒤에 세상에 대한 어떠한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소정의 경우는 세상에 합리적인 이유로 존재했을 법한 요소들이 결국 부조리한 형체로 변모한다는 데서 이와 반대의 양상을 띠고 있다. 그녀의 페인팅 작업 안에서 각종 형체들은 스스로 발생하여 번식하는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곳곳에 나타나는 기호들은 그들을 규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처럼 자율과 통제가 공존하는 상황은 흡사 우리 세계에서 나타나는 각종 현상들과 유사하다. 고로 작가 이소정의 작업은 설득력을 획득하고 있다. 이재이의 경우, 그 동안 보여주었던 이질적이고 이국적인 이미지를 향수로 치환한 작업은 근래 재료의 영역을 확장하고, 보다 더 유연하게 장르를 넘나드는 데서 더욱 발전한 듯 보인다. 작가 이재이는 자신의 모든 상황을 작품에 녹여내는 방법을 이미 알고 있으며, 이를 시각예술적으로 가장 적절한 방식을 사용하여 표현하는 방법 또한 알고 있다. 그녀는 자기 자신까지 작품의 소재로 이용하면서, 작품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으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이면에 숨겨진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실들을 우리에게 상기시킨다. 이번에 심사하게 된 세 명의 작가는 우리 미술계의 저변을 확장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이미 그렇게 해왔다고 생각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이질적인 것들을 새로운 존재성을 드러내는 완전한 하나로 통합하여 우리에게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뉴욕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미래를 보여주고, 세계 미술계에 우리 미술의 역량을 나타낼 것이다. 세 작가의 건투를 빈다.  

_ 서진석 

 

제2회 두산 연강예술상의 미술 분야에 최종 후보로 오른 아홉 명의 작가와 1개 팀(3인조)은 1971년부터 1984년 사이에 태어났고, 일찌감치 자기 완결적 작업 세계를 구축해버린 이에서 이제 한창 실험을 모색하고 있는 이를 포괄한다. 1회 때 최종 후보 9인이 1971년부터 1974년 사이에 태어난 동년배들이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따라서, 이러저러한 점을 고려해 평가해야 하느냐에 관한 짧은 논의가 있었다. 두산 연강재단이 제공하는 뉴욕 레지던스의 기회가 해당 작가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려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결국 수상자 3인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주요 잣대로 삼은 것은‘작품의 우수함’뿐이었다. 다른 부차적인 변수를 심사를 맡은 이들이 앞서 예상하는 일은 피하기로 했다. 심사자 3인의 평가에 큰 의견 차이는 없었으며, 수상자는 순차 토론을 거쳐 어렵지 않게 가려졌다. 수상자는 박주연(1972년생), 이재이(1973년생), 이소정(1979년생)으로 모두 여성이다. 1회의 수상자도 모두 여성이었던 점을 상기하자면 이를 2010년대에 나타난 남성 작가의 부진 현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한국 나이로 박주연이 40세, 이재이가 39세로, 1회 수상자들과 비슷한 연배인데 반해 이소정은 33세로 속한 세대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한국현대미술계의 이곳 저곳을 다니다 보면 주요 작가로 부상하는 젊은 작가들의 세대 분포를 확인하게 된다. 늘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생의 작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두산 연강예술상 최종 후보 가운데 1978년생은 한 명, 1979년생 두 명, 1980년생, 1982년생, 1984년생이 각각 한 명씩이었다. 결국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용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세대의 작가들에게 절실한 것은 창작하고 전시할 기회다. 두산 연강예술상은 작가들에게 상금과 뉴욕의 스튜디오(창작 지원예산과 함께)와 개인전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건전한 면모 덕에 1회 때부터 에르메스재단미술상과 비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앞으로 꾸준히 공정하게 운영됨으로써‘한국현대미술의 약진에 이바지하는 주요 시상제도’로 널리 인정받기 바란다. 박주연은 탈식민주의의 전통이 낳은 타자 탐구의 습속을 따르지만, 민속지적 조사 연구나 인종 정치(학)의 이슈에서는 한발짝 벗어난 작가다. ‘가려진 것을 찾아 드러낸다’는 1차적 문제의식에 머무는 탈식민주의풍의 사회 비판적 작업과는 방법론 차원에서 구별된다. 그는 전지구적 상황의 전개 속에서 특정한 문화적 결절 지점을 찾아 그 역학 관계를 재조합 함으로써 비평적 상황을 연출하는데, 그 수법이 작위적이지 않고 시적인 정조를 띠는 것이 장점이다. 이재이는 DIY 정서가 묻어나는 간단한 형식의 수행적 퍼포먼스-비디오 작업으로 일상에서 괄호 쳐낸 개념과 조형을 유희해 왔다. 일군의 현대미술가들이 고화질의 화면과 상업 영화를 방불케 하는 동영상 작업을 추구했던 시대가 지나고, 21세기가 되자 적잖은 이들이‘비데오 포베라(Video Povera) ’라고 부를 만한 동영상 작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신세대 비디오 작가들의 특징은 제 몸을 수행적으로 사용해가며 뉴미디어의 원초적 차원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이를“유투브 미감”이라고 부른 평자도 있더랬다. 이재이의 작업은 그러한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만, 기성의 상징체계(많은경우, 낯익은 버내큘러의 상징)에 언어로 치환되지 않는‘조형적 암흑물질’의 차원이 존재한다는 점을 해학적으로 입증해왔다는 면에서 독자성을 띤다. 이소정은 추상적 회화 질서를 구축하며 성장하는 괴수의 가상 세계를 동양화로 그려왔다. 병력에 대한 자폐적 진술, 자해와 거세 욕구를 포함한 성욕 등 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욕망을 에너지원으로 삼은 작가는, (인용 부호 등을 동원하는) 방언적인 회화 문법과 수사의 개발 등을 통해 한동안‘자기 연구’에 몰두했다. 허나, 그 시기는 길지 않았고 곧이어 예의 신체 절단과 재조합의 비언어적 형상서사를, 개인적 서사에서 의사-사회적 회화 게임으로 변태시켜냈다. “개념적으로 말이 되는 그림을 그리는 동양화가”로서 두각을 나타낸 그의 우수함은 자신의 그림에서 다시 새로운 그림을 도출해 내는 논리적이면서도 비논리적인 방법론과 그렇게 해서 얻은 그림들을 상호 대치시켜 전시를 구성하는 연출력에 있다. 제2회 두산 연강예술상의 미술부문 수상자 3인은 부디 2013년 예정된 수상 기념 개인전에서 남다른 미적 성취를 보여주기 바란다. 

_ 임근준 

 

올해로 2회째를 맞게 된 두산 연강예술상 미술분야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추천위원들의 추천과 1차 심사를 거친 9인의 후보 가운데 최종 3인을 선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후보 작가들을 접하였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세 가지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70년대 초반 출생이 다수였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1971년생에서부터 1980년생까지 후보 작가들의 연령대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 둘째, 유화, 수묵화, 사진에서부터 사운드 및 영상 작업에 이르기까지 후보 작가들이 다루는 매체가 더욱 다채로워졌다는 점. 특히, 영상 작업을 하는 후보 작가의 수가 작년에 비해 눈에 띄게 늘어 흥미롭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전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는 신진 작가는 찾아볼 수 없고, 막 삼십 대에 들어선 젊은 작가라 하더 라도 전시 경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들이 후보로 선정되었다는 점이었다. 이 미술상의 방향, 성격 등에 대해 작년에 이미 한 번 고민한 적이 있는 심사위원들이 모인 탓인지 심사 과정은 이견을 조율하기가 작년보다 훨씬 수월한 느낌이었다. 공교롭게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최종 선발된 3인이 모두 여성작가들이다. 박주연은 개인과 사회(제도), 로컬과 글로벌, 비주류와 주류 문화 등 여러 가지 변형된 형태로 존재하는 약자와 강자의 사회적 대립 구도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풀어 온 작가다. 폐차 안에서 30년간 살아온 앤 스미스(Ann Smith) 할머니를 도큐멘트 한 영상작업을 첫 개인전으로 선보인 이래, 한국에 일시 체류하며 영어교사로 일하고 있는 아일랜드인들의 퍼포먼스로 구성한 작업들이나 일용직 남자의 삶을 담은 영상작업에 이르기까지, 주제의 큰 틀에 있어서는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매 작업마다 심층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보여 온 그녀에게 부상으로 주어지는 뉴욕에서의 작업은 상당한 의미를 지닐것으로 기대된다. 이소정의 기묘한 수묵화 작업을 볼 때마다 언제나 독특한 작업 방식을 고수하면서도 폭발적인 에너지를 담아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극히 말초적이고 감각적이면서도 동시에 냉정할 정도로 계획된 듯한 그녀의 작품들은 어떤 긍정적인 외부 자극이 주어지면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작가라고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 막 30대에 접어든 그녀에게 새로운 환경에서의 작업과 전시 경험이 그러한 긍정적인 외부 자극으로 작용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재이 작업의 가장 큰 매력은 얼핏 보기에 허술해 보일 정도로 사소하고 단순하지만 인간의 몸, 그 자체가 담백하게 드러나면서 불러 일으키는 감동이 존재하며, 동시에 꼬이지 않은 솔직한 유머 감각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탄탄한 예술성과 더불어 어느 정도 대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도 앞으로 그녀가 더욱 발전적인 모습으로 성장해주리라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상이므로 미래를 예견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없지 않으나, 이 미술상이 나름의 작품 세계를 쌓은 역량 있는 30대(초반부터 후반) 작가들에게 자신들의 작품 세계를 보다 심화시켜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미술상으로 방향을 잡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점쳐본다. 뉴욕이나 서울에서의 전시 기회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미술상의 부상 가운데 포함되어 있는 뉴욕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첼시 한복판에 놓인 위치, 거주 환경 등 상당히 매력적이다. 최종 선정된 3인의 작가들이 이 곳에서 많이 듣고 보고, 교류하고 생각하여 이를 자신의 작품 세계를 한 단계 높게 끌어올리고, 다음 단계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삼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응원한다. 

 _ 정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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