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반격
2009
전시 전경
《시선의 반격》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 지속되는 건설주의적 성장 신화를 비판적 시각에서 살피고, 그 내부의 타자적 위치들을 통해 그리고 복합적인 성별(gender)적 관점을 통해 다시 우리의 근현대의 모습을 재구성해보는 전시다. 이 전시는 작가 임민욱의 SOS 퍼포먼스를 통해 재발견한 한강변의 건설풍경과 그것의 현대적 바니타스, 그리고 오쿠이 엔웨조(Okwui Enwezor)가 동아시아 국가의 개발적 모더니티를 남성주의적 모더니티(andro-modernity)로 언급했던 개념으로부터 영감을 얻어 기획된 것이기도 하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일컫어지는 한국식 개발의 역사는 오늘날 한국 주류사회의 강력한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큐레이터 오쿠이 엔웨조는 '모더니티와 포스트콜로니얼적 양가성(Modernity and Postcolonial Ambivalence (Altermodern, Tate, 2009))'이라는 자신의 글에서 동아시아의 모더니티의 양상이 서구의 초창기 모델을 받아들여 전형적인 건설 개발의 유형으로 띄기 때문에 매우 남성적 근대의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또한 동아시아의 강력한 가부장적 전통과 접목하여 더욱 강력하게 자리잡고 있다. 즉, 한국 주류의 서사는 지극히 이성애중심적이고 남성주의적이며 가족주의적으로 구축되어 있는데, 이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의 근간이기도 하다.
여전히 우리는 과거의 압축 성장으로부터 오늘날 ‘녹색 성장’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계획까지 한국 사회 내부에서 끊임없는 파우스트적, 사이비 파우스트적인 개발자의 욕망과 대면하게 된다. 그로부터 주변화되는 사회 내의 여러 비가시적 존재들이 지속적으로 파생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들의 그 다각적인 표류의 면면을 가깝게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새로운 시각을 건져 올려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진행되는 개발주의적 주류 서사를 리포트하고 단순 비판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견고한 한국적 주류 서사로부터 빗겨간 외곽의 서사들을 통해 현재를 다각적으로 재구성하고 현 사회 한층 더 개입할 수 있는 이질적인 층위들을 엮어 내고자 한다. 특히 이러한 지점들을 여성주의적으로 접목하여, 사회내부에 형성된 복합적인 젠더의 구성과 그 표상들의 분화를 살펴보며, 또한 가정과 같은 사회 구성체 내의 숨겨진 다양한 폭력성이나 가부장적 갈등 속에서 자신을 재정립해 나가는 젊은 여성들의 시선을 새로운 가능성의 내러티브로 가시화해 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