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Ⅱ - 이성휘
세미나 Ⅱ - 큐레이터의 전시 방법론: 이성휘
글의 형식 중 소설을 가장 좋아한다고 말한 이성휘 큐레이터가 쌓아온 전시 방법론은, 소설의 장르로 비유하자면 마치 추리 소설 같았다. 범인, 살인과 같은 인물이나 사건은 없을지라도, 궁금한 것에서부터 전시를 시작한다는 그의 호기심은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탐정과도 같았다. 그러한 지점에서 이성휘 큐레이터의 전시 방법론은 자그마한 실마리를 통해 더 큰 세계로 도달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하는 방식이다. 그것은 거시적 관점으로 부터 시작해 미시적인 부분으로 파고드는 방식과는 다른 경로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사소하고도 파편적인 부분으로부터 시작해 총체적인 관점을 조망하게 하는 전시 기획에 관한 방법을 상상할 수 있었다.
- 유승아 (DCW 2023)
워크숍 두 번째 시간에는 이성휘 큐레이터가 기획한 지난 전시들을 살펴보며 이야기 나누었다. 그 시간은 십여 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시의 주체인 기획자와 참여 작가 간에 놓인 사적인 관계망과 이야기에서 출발한 전시(《세탁기 장식장》, 《쭈뼛쭈뼛한 대화》)는 공적인 자리에 놓여 익명의 존재들과 조우하며 새로운 관계망과 이야기를 발생시킨다. 사적 관계가 공적인 것이 되는 과정에서 이 관계들은 더 친밀해지기도, 갈등을 겪기도, 서로를 오해했다 또 이해하게도 된다. 그로부터 10년간 수많은 전시를 기획한 후에도 이성휘 큐레이터는 바깥에서 펼쳐지는 이른바 큰 이야기들에 집중하기보다, 나 자신 안에서 움트는 것들을 잘 들여다보고 귀 기울이고자 한다. 세미나 중 ‘내 안에서 의미 찾기’가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만족시키고 설득시키는 일이 가장 선행되어야 할 일이자 가장 어려운 일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이상엽 (DCW 2023)
전시의 출발점은 어디일까? 전시를 내적 발화에서 시작해도 괜찮은 걸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이성휘 큐레이터와의 만남은 어쩌면 이런 정답 없는 피상적인 질문에 대한 해소의 시간이었다. 그가 기획한 2013년 아트선재 오픈콜#2 당선작 《쭈뼛쭈뼛한 대화》의 몇 가지 기획적, 개인적 비화들을 공유했다. 요즘 나의 화두에 있는 '(인간/비인간의) 에이징', '시공간의 유한성'을 나의 가장 내밀하고도 먼 존재인 부모를 통해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는 못했다.
작가들은 타인이나 사회와의 소통에 몰두하면서, 정작 자신과 가장 밀접한 존재인 부모와는 예술에 대한 소통을 소홀히 해왔다. 자신의 커리어와 삶의 기반을 쌓는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30대의 작가들로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그 시간들을 부모와는 공유하지 않음으로써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30대의 그들이 부모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은 유한하다.
여기서 '작가'를 '큐레이터'로 바꾸어도 큰 괴리는 없다. 삼십 세가 목전인 나만 해도 아버지의 전화를 받지 못하기 일쑤이기 때문에. 이성휘 기획자가 <소년이로학난성>에서 느꼈을 모호한 업역과 직능에 대해 상상해본다.
미술의 행위, 나아가 미술을 매개로 하는 기획의 행위는 특정 지점의 '해소'로 작용한다. 작품과 작가를 모아 한데 놓는 것, 놓아두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는 근위병 같은 사람. 우리가 말하는 '기획자'는 놓아둠을 업으로 하는 사람일까. 내가 보고자 하는 이미지, 내부의 궁금증을 끌어내어 외부와 접촉하는 태제를 짓는 것이 기획이라는 일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 이지언 (DCW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