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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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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X - 배해률

2022.12.30

10차 세미나 – 배해률 (극작가)

 

 

배해률 작가와 누군가의 특정한 시간이 극화되고 서사화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 했다. 본래 서로의 생각을 듣고자 했던 것은 각자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을 짚어나가다보니 되려 그 대상이 왜 ‘나’라는 사람에게 이해불가능한 대상인 것인지 즉, 스스로를 비추어 보게 되는 시간으로 변곡되었다. 타인에 대한 섬세한 이해 혹은 ‘이해하기’의 행위를 희곡 쓰기로 옮겨내는 배해률 작가의 태도에서 전시장 안팎의 작업과 전시 그 자체의 단위는 무엇을 향한 ‘이해’를 청하는지 질문하게 되었다.

작품과 전시는 비유하자면 단추와 단추 구멍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과 바늘이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지닌 각기 다른 형상의 단추들이 존재하고, 적절한 거리에 실을 튿어 단추 구멍을 내면, 이들이 뒤엉키고 연루될 수 있는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꼭 맞는 짝이 있다기 보다는 유연하게 서로를 직조하는 개체로서 존재하는 것. 이러한 ‘이해’의 움직임이 우리의 전시장에 기입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이미지 (DCW 2022)

 

 

우리는 모두 매일 각자의 언어와 몸짓으로 타인을 이해해 보려 한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도 사적, 공적 상황인지 또 마주한 타자나 대상에 대한 애정의 척도에 따라 관계 안에서 여러 자아를 내비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해서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지만 타인과 이런 대상에 대해 감정을 소거하고 원론적으로 이야기해 본 것이 오랜만이었다.
매 순간 이유 없이 바뀌는 우리의 감정과 타인과의 언어 행위에서 배운 경험들은 좋든 나쁘든 한 개인의 성정에 살을 붙여준다.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애정에서 비롯되며, 때론 사회적 관계 안에서 강제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배려를 가장한 나의 태도, 언어가 사실은 약간의 착각이었다는 개인적 경험을 통해 감정의 원인과 그 시작점을 가감없이 인지하는 것이 담백한 언어 생활과 상호이해의 밑바탕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러한 자기 이해를 시작으로 발화된 언어는 타인을 설득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도 있으며, 오해의 가능성을 줄여줄 것이다.
희곡이란 장르의 글은 특히나 관계에서 주고받은 언어들이 만든 장면이 이어져 메시지가 도출된다. 평소 텍스트를 연극이란 무대, 배우의 목소리, 연기조명으로 다듬어진 상태로 마주하다 제작 이전의 단계에 참여한 관계자처럼 임해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이민아 (DCW 2022)

 

 

이해할 수 없는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누군가의 개별 서사를 보편의 서사로 극화하고, 그들의 시간을 재편성하는 방식에 대해 생각했다. 극작가로서 배해률은 이야기가 충분히 극적인지 고민한다고 했다. 극작가의 고민이 ‘충분히 극적인지’에 있을 때, 기획자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  
연극은 영화와 다르고, 또 전시와 다르다. 저 아무리 전시가 하나의 무대를 자처하며 극적인 사건을 발생시키길 시도한다 해도, 그리고 연극이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삭제하며 전시의 양상을 닮아간다고 해도, 전시와 연극은 같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시간의 맥락에서 연극과 전시는 서로 다른 길을 간다. 둘 모두 공간을 한시동안 점유했다 이내 사라지는 형식일지라도 연극과 전시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는 다른 것이다. 연극이 ‘기-승-전-결’이라는 선형적인 시간성을 따라간다면, 전시의 시간은 파편적으로 관객의 시간에 개입한다. 연극이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 제공한다면, 전시는 하나의 장면을 보는 이로 하여금 서사화 하기를 제안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연극은 희곡이라는 텍스트로부터 출발해 이미지를 구현하고, 전시는 작품이란 이미지로부터 출발해 텍스트를 서술한다.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두 형식. 다시 앞의 질문으로 돌아가 답해본다. 극작가로서 연극이 충분히 극적인가 물어야 한다면, 기획자는 생산된 혹은 생산될 텍스트를 전시가 이미지로써 충분하게 보여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이민주 (DCW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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