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1984
2014.09.23 ~ 2014.10.18Space111
화수목금 8시 / 토 3, 7시 / 일 3시
(월 쉼)
전석 30,000원
만 16세 이상 관람
135분
문의 : 두산아트센터 02)708-5001
연극 <1984>
제 2회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자인 윤한솔의 신작이다. 윤한솔은 극단 그린피그 대표로 자유롭고 에너지 넘치는 활동을 보여주는 젊은 연출가다. ‘주제와 예술 형식의 진보를 고민하는 연극’을 지향하는 극단 그린피그의 모토처럼 미학적 실험을 통한 사회적 발언에 과감하고 거침없는 상상력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바탕으로 한다. 조지 오웰이 예견한 미래가 1984년이라는 점에서 출발하여 이미 살아버린 1984년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사이에서 우리의 좌표를 가늠해보고 국가나 사회라는 전체 속에서 살아가는 한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삶의 길을 모색해본다.
*두산연강예술상
두산연강예술상은 두산그룹 창업의 초석을 다지고 인재양성에 힘써온 故 연강(蓮崗) 박두병 초대회장의 뜻을 이어 공연·미술 분야의 젊은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2010년에 제정한 상이다.
- 공연부문 수상자 : 김낙형(2010), 윤한솔(2011), 김은성(2012), 성기웅(2013)
시놉시스
전체주의가 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온 미래 사회에서 윈스턴은 줄리아와 함께 사회의 균열을 꿈꾸며 저항세력에 가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내부당원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단지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정신을 지배하려 한다. 결국 윈스턴은 진심으로 빅브라더를 받아들인 뒤 죽음을 맞이한다. 이상이 소설 <1984>의 내용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1984년의 미래를 살아버리고 말았다. 환상으로서의 미래는 결국 끔찍한 파국을 맞이했는가, 아니면 장밋빛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이 되었는가?
연출_윤한솔
現. 그린피그 대표
연극 <이야기의 方式, 노래의 方式-데모버전> <젊은 후시딘> <빨갱이. 갱생을 위한 연구(가제)> <두뇌수술>
<아름다운 동행 -비밀친구> <나무는 신발가게를 찾아가지 않는다> <원치 않은, 나혜석> <텃밭 킬러>
<의붓기억-억압된 것의 귀환> <아무튼 백석> <나는야 쎅쓰왕>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
<사람은 사람에게 늑대> <빈커가 없으면 나는 너무 외로워> <나는 기쁘다> <오버외스터라이히> 외
수상 2013 서울연극협회 ‘올해의 젊은 연극인상’
2012 한국연극협회 대한민국 연극대상 ‘작품상’ <두뇌수술>
2011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배우
곽동현
김효영
박기원
신재환
이필주
임정희
전선우
정양아
황미영
원작 : 조지 오웰 ‘1984’
구성 : 그린피그 공동창작 / 글쓰기 : 김민승 / 드라마터그 : 전성현
연출 : 윤한솔
출연 : 곽동현, 김효영, 박기원, 신재환, 이필주, 임정희, 전선우, 정양아, 황미영
제작 : 두산아트센터 협력 : 그린피그
후원 : 두산
‘연출'의 글_윤한솔
"우리는 미래 이후의 시간을 살고 있다."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1984
1909년 2월 5일 마리네티는 "미래주의 선언"을 발표했다. "미래주의 선언"은 시간을 지각하는 방식에서 일어난 문화적 변형이 정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전통문화들이 과거를 현재의 삶에 대한 참조대상이자 토대로 본 반면에 근대는 미래의 팽창을 향한 현재와의 긴장상태에 그 에너지의 기반을 두었다. '팽창'은 자본주의 규정하는 핵심어다. 지구에 존재하는 물리적 자원들의 착취, 특히 인간노동의 착취에 기반을 둔 자본주의는 헨리포드의 자동차 조립라인 이후로 노동의 리듬과 생산성을 계속 가속화하고 생산의 잠재서력과 산출량을 끊임없이 증대시키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미래와 팽창이라는 개념은 근대문화의 틀, 즉 20세기문화의 틀 안에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미래를 팽창과 동일시하는 것은 무한한 성장, 생산기반의 끝없는 팽창, 지구상의 자원들과 인류가 지닌 신경에너지의 무제한적 착취 등의 개념을 은연 중에 수반한다. 이런 동일시가 사회적 기대를 형성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해마다 소비되는 재화의 양이 증가하기만 한다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나 20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우리는 성장이 무한히 지속될 수 없음을 깨닫게 됐다. 세계 대부분은 불황에 들어섰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풍요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미래는 없다"는 섹스피스톨즈의 말은 미래주의적 꿈과 자본주의적 기만이 끝났다는 당대의 자각을 보여준다. 미래의 소진, 노동과 생존의 불안정화를 예감한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기만은 쉽사리 죽지 않고 신자유주의란 이름으로 화려한 승리를 구가한다. 자본주의의 승리는 환경, 사회적 생산, 집단적 지식을 금융독재에 종속시켰다.
20세기가 미래를 신봉한 세기로 규정될 수 있다면 21세기는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확실히 예측할 수도 없고 미래가 사라져 버렸다는 인식으로 괴로워하는 세기이다. 미래주의적 상상력이 소멸하고 미래가 없다는 감수성이 출현한 것이다. 20세기가 미래에 대한 종교적 믿음으로 충만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런 방식으로 미래를 믿지 않는다. 물론 우리는 현재 이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잘 알지만, 그 시간이 현재의 약속들을 실현시켜주리라고는 기대하지는 않는다.
미래 이후의 사회적 기대를 재형성하고 미래를 새롭게 생각하기 위해 우리는 풍요로움의 개념과 사회적 인식을 재 규정 해야 한다. 풍요로움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는 소유를 의미하는 것일까, 향유를 의미하는 것일까? 풍요로움은 사물의 소비와 연관되어 있는 것일까, 시간 속의 자유로움과 연관되어 있을까? 경쟁과 관련되어 있을까, 연대와 관련되어 있을까? 미래 이후의 미래의 새로운 차원을 질문한다. 미래주의 선언 이후 미래가 의미한 것들과 약속한 것을 들여다본다.
조지 오웰의 '1984'를 모텍스트로 한다.
이에 기타 미래를 그리고 있는 문학, 비문학적 텍스트를 교차 구성한다.
유토피아가 디스토피아로 전략적으로 뒤집어지는 과정과 그 전략의 주체들을 비판적으로 접근한다, 미래, 속도, 펑크.
'세대의 반격'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다.
우리는 좌절하고 허탈하며 이는 분노로 급변한다. 공연은 이 저항의 에너지를 토해내는 출구이다.
제도권의 연극은 죽은 연극이며 그렇다면 그것은 연극일 수 없다. 미래는 없다라는 감수성은 분노로 완성된다. 20세기를 "미래주의선언"이 열었다면 21세기는 "우리는 미래 이후의 시간을 살고 있다"로 열린다.
‘글쓰기’의 글_김민승
우리에게 주어진 미래는 어떤 것인가?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는 이 질문은 아쉽게도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 공연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궁금해 했던 것은 유토피아나 디스토피아의 환상으로서의 미래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이 질문을 누가, 왜 던지는가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데서 출발하였다. 즉, 우리는 다음의 질문에서 출발하였다.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올 것인가'라는 질문은 도대체 어디서 왔는가?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은 차고 넘친다. 이 이야기들은 때로 희망이나 경제 발전과 같이 누구에게 속한 것일지 모를 장밋빛 환상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외계인의 침공과 지구 멸망과 같이 세기말적인 암흑의 모습을 띠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은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자들은 누구이며 왜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가와 관련 된다.
유토피아란 그리스어로 '그런 곳은 없다'는 뜻이다. 즉, 존재할 수 없는 곳만이 유토피아로 인정받을 수 있다. 디스토피아는 유토피아라는 동전의 뒷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유토피아를 말하건 디스토피아를 말하건, 이 이야기들은 모두 우리에게 앞으로 주어질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이며 동시에 어디에도 속하지 못할 이야기가 된다. 그러나 이미 미래가 주어져 버렸다면,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우려하든 기대하든 간에 이미 지나가 버렸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환상으로서만 간직했던 미래는 결국 끔찍한 것으로 판명 났는가, 아니면 장밋빛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이 되었는가? 이것이 우리가 조지 오웰의 ‘1984’를 30년이 지난 2014년의 시점에 다루고자 한 이유이다. ‘1984’는 실제로 1948년에 씌어졌으므로 정확히 말하자면 62년 전에 3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려 했던 작품이다. 작품의 이야기 구조는 비교적 명확하다. 전체주의 사회가 개인의 삶 깊숙이 파고들어온 미래 사회의 윈스턴은 줄리아와 함께 사회의 균열을 꿈꾸며 저항세력에 가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던 고급당원 오브라이언은 윈스턴을 단지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개조되기를 원했으며 결국 윈스턴은 진심으로 회개하며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살벌한 결말은 결국 미래의 암울함을 경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비교적 명료한 주제의식(대부분의 디스토피아 작품이 그러하듯)을 엿볼 수 있다.
물론 그런 점에서, 우리는 작품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1984년 1월 1일을 기해 생중계되었던 백남준의 작품 처럼 '미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틀렸다'고 말할 수도 있고, 여전히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의 구차한 현실 덕분에 ‘1984’가 아직도 유효한 미래 담론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작품 내에만 머무르기에 1984년은 이미 애매하게 지나가버린 미래가 되어버렸다. 1984년의 우리는 코카콜라와 펩시콜라, 람보와 코만도의 경쟁 사이에 놓여 있었고,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가 어딘가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문방구 앞에는 갤러그 게임기가 놓이기 시작했고, 올림픽도로가 개통했으며 과천 서울대공원이 개장하였다. 물론 조지 오웰의 예언은 실제와 달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틀렸어'라고 말해버리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많다. 텔레비전이 통제의 수단이기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지닌 출구가 될 것이라던 백남준의 말 역시 석연찮은 구석이 있듯이 말이다. 차라리 자본의 노예들을 공격함으로써 수십만 파운드를 벌 들였던 섹스 피스톨즈를 따라서 '미래는 없다!'라고 외쳐대는 편이 가장 '미래적'인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의 공연에서 미래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를 이야기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2014년의 윈스턴, 줄리아, 오브라이언은, 그것이 이미 지나버린 미래든, 시대착오의 미래든 간에 여전히 그 미래를 이어서 살아가고 있다. 그 미래는 끔찍한 동시에 장밋빛이며 이러한 모순이 가능한 이유는 우리가 올라탄 기차가 여전히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 개념을 제거한 미래라는 관념은 결국 두려움, 우리를 폭주하게 만드는 불안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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