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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큐레이터 워크숍 기획전#2 2023.07.26 ~ 2023.08.30두산갤러리
전시 전경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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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와, 다시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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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태양은 뜨지 않는다. 썸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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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전시 전경

 

 

 

관람시간: 화수목금토 11:00~19:00 / 일, 월 휴관 / 8. 15.(화) 휴관
장소: 두산갤러리, 서울 종로구 종로33길 15 두산아트센터 1층
무료관람 / 문의: 02-708-5050

 

 

두산갤러리는 2023년 7월 26일(수)부터 8월 30일(수)까지 신진 기획자 양성 프로그램인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 전시《#2》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의 12회 참가자 이미지, 이민아, 이민주의 공동 기획 전시다.

 

 

해무가 자욱하게 깔린 섬. 그 안팎.

 

두산 큐레이터 워크샵 기획전 《#2》는 희곡이 그려내는 시공간 속에서 함께 읽기를 시작하여, 전시라는 사건이 촉발하는 극적인 순간을 포착한다. 현실의 사건을 가리키는 동시에 허구적 공간을 상상하는 배해률의 희곡은 이 전시를 구축하는 공동의 씨앗이자 사유의 지지체가 된다. 곽소진, 리에 나카지마, 이경민, 정철규는 이러한 텍스트의 열린 구조에 응답하며 하나의 장면을 단서 삼아 각자가 주목한 시간의 파편들을 건져 올린다. 이들의 작업은 저마다의 언어와 속도로 다른 시간대를 경유하며 전시장의 풍경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희곡은 공동 창작의 과정에 따라 타자를 통해 발화되고 상연됨을 전제로 한다. 한 시점에서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가로지르는 유기적인 이미지를 산출하는 이야기 형식인 것이다. 이때 ‘시점’은 여럿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다. 그리스어 ‘테아트론 Theatron’은 연극과 극장을 의미하는 ‘시어터 Theater’의 어원으로, 이는 관객이 바라보는 장소’를 의미하는 동시에 ‘바라봄 Theasthai’이라는 행위를 뜻하기도 한다. 《#2》는 극의 문법을 빌어, 보이는 장소로서 존재하는 전시가 어떤 바라봄의 행위를 추동하는지 질문한다.전시는 관객으로 하여금 텍스트에서 출발한 일련의 이미지를 마주하며, 읽지 않은 텍스트를 복기해보길 요청한다. 또한 ‘바라봄’의 행위를 수행하는 전시장의 몸이 작품의 신체와 어떤 방식으로 운동하며 서로를 또 하나의 장면으로 연루시키는지 실험한다.

 

극작가 배해률의 희곡 「염소구제작업」(2023)은 안개 무리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한 섬의 윤곽을 비추며 시작된다. 이야기는 섬에서 염소구제작업을 하던 중 일어난 낙상 사고를 기점으로, 섬 안팎의 사람들과 살생 혹은 구제의 대상이 되는 염소의 관계, 그리고 한 인물의 죽음 앞에 놓인 무기력, 죄책감을 하나의 실타래로 엮는다. 그 중 두 번째 장면은 아직 이 모든 전말을 알기 전, 배들이 출렁거리는 항구에서 염소구제작업 채비에 한창인 들레와 영신의 대화로 전개된다.

 

리에 나카지마는 두 번째 장면에서 닿지 못하는 섬을 상상하며, 숲과 육지의 존재들에게 귀기울인다. 작가는 섬과 텅 빈 전시 공간에 관한 청각적 상상력을 통해 사물을 수집하고, 이를 재료 삼아 연쇄적으로 연주되는 작은 소리 조각들을 만들었다. 규칙적인 시차를 두고 작동하는 작가의 조각들은, 서로의 청각 기호에 응답할 뿐만 아니라 관객과 이웃한 작업의 잔향음, 전시장 내외부의 소음이 모두 연결된 소리 세계를 구축한다.

 

전시장을 가로지르는 이경민의 구조물은 누군가에게는 이미 닫혀버린, 지나간 시공간이자 또 다른 이에게는 이제 막 새로이 열리는 통로가 된다. 작가는 섬 내부에서 행해진 구제작업으로 자신의 터를 떠나거나 특정 대상을 좇을 수밖에 없던 인물들의 입장을 아우르며, 섬의 이면과 그곳에 서린 갈등을 다룬다. 마치 여러 물줄기가 동결된 듯 유약하고 이질적인 재료가 혼합된 판 형식의 구조물은 자본과 도시 계획으로 인해 변모한 지역에서 방황하는 우리의 모습을 은유한다. 세 개의 설치물은 서로에게 상대적인 위치를 점유함으로써 기존의 방위를 교란하며 주변 공기의 흐름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곽소진은 사람들에게 쫓기는 염소와 죽음의 원인을 좇는 인물의 관계로부터 묘한 순환의고리를 발견한다. 쌍둥이를 피사체로 삼은 카메라가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한 두 신체를 따라가면서 도망치는 인물과 추적하는 인물의 움직임을 겹쳐놓는다. 점점 포개어지는 걸음은 도망과 추적이라는 서사적 연결고리를 끊어낸다. 작가는 원인과 결과, 삶과 죽음의 선형적인 시간으로부터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붙잡고, 반복되는 생에서 인물이 서사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을 모색한다.


정철규는 바느질, 자수 놓기, 선 긋기와 같은 수행적 방식을 작품의 주된 방법론으로 취한다. 그의 작업은 가까이서 들여다보아야 실선의 흔적과 은은한 미감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텍스트가 발화되기 전, 지면 위의 이름으로만 머무는 작 중 등장인물과 염소, 그들의 관계 그리기에주목한다. 각 인물이 시차를 두고, 서로를 비추며 닮아가는 관계도와 시간의 흐름을 전시장 안팎으로 등을 맞댄 천 위에 얇은 선으로 수놓는다.

 

전시가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을까? 반짝하고 등장했다 이내 휘발되는 이벤트로서 사건이 아닌, 기존의 서열과 질서들의 모순을 포착하는 순간으로서 사건. 하나의 장면으로부터 사건을 상상하며 구현된 4인의 이미지는 텍스트가 담은 사건을 재현하는가, 혹은 또 다른 사건을 발생시키는가? 전시는 발췌된 풍경을 통해 희곡이 갖는 특정한 사건의 서사를 분절시킨다. 이는 보는 이로 하여금 완성된 이야기로부터 벗어나도록 유도한다. 재현의 방식으로 실제 사건의 원인과 의도를 파헤치기보다 이전과 이후의 시간성을 상상하며 각자의 장면을 그려보길 제안하는 것이다. 《#2》는 우리가 이미지에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과 ‘전시’라는 특수한 시공간에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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